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인도양 동쪽 해수면은 시원하고 서쪽 해수면은 따뜻한 현상을 ‘다이폴(dipole)’이라고 부른다. 통상 다이폴 현상은 16년에 한 번 나타나는데 작년 말에 인도양 동쪽과 서쪽 해수온도 차가 2도가량 극심하게 벌어졌다.
인도양에 다이폴이 발생하면 인도양 동쪽 해상과 동아프리카와 중동 남쪽인 오만, 예멘 지역은 저압부가 된다. 그러면 이곳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 가뭄으로 시달리던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많은 비로 사막 메뚜기가 엄청난 번식을 시작했다. 남쪽 예멘과 오만에서 번식한 대규모 메뚜기 떼가 동아프리카와 파키스탄, 인도까지 이동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인도의 경우 농경지 555만 ha가 초토화돼 약 17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케냐는 105만 ha의 농경지가 황무지로 변했다.
인도양 다이폴은 호주의 대형 산불에 기름을 부었다. 다이폴은 인도양 동쪽 지역으로는 저압부를 만들지만 그 남쪽에 있는 호주 지역으로는 고압부를 만든다. 이에 따라 호주에는 폭염과 함께 가뭄이 찾아왔다. 캔버라 등이 49도까지 오르는 폭염 속에 2019년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은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산불 피해가 가장 큰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만 약 400만 ha에 달하는 녹지가 잿더미가 되었고 왈라비 등 야생동물 10억 마리 이상이 희생됐다.
해수면 온도 상승이란 바다의 작은 날갯짓으로 기상 재난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대양의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얼마나 더 큰 재난이 발생할까 두려워진다. 이젠 해수온도가 과거보다 상승해 예전 수준의 엘니뇨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