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新냉전]美, ‘대중국 전략보고서’ 공개
마스크 쓴 트럼프 처음 포착 21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주 포드자동차의 인공호흡기 생산 현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검은색 마스크를 쓴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그는 보건 당국의 권고에도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줄곧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왔다. NBC 트위터 캡처
이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정책 종합판’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부실 대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을 야기했다며 중국 공격을 핵심 대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담긴 주요 내용이 11월 대선 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상당 기간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20일(현지 시간) 공개한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의 후속판이다. 당시에는 전 세계를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에만 집중했다.
보고서는 시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약탈적 경제정책의 사례로 지목하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선 중국이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필리핀 등에 대한 무역·관광 제한정책을 통해 정치·군사력 확대를 모색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정보통신, 에너지, 인프라, 미디어, 과학 등 거의 전 산업 분야를 일대일로에 동원해 내수경제 발전과 세계 시장에서의 중국 표준 확산 등을 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성숙한 경제를 자처하면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등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중국 기업에 불공정한 혜택을 부여할 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절도 행위를 통해 전 세계에 수천억 달러의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 문제에 대응하는 데 동맹국과 긴밀히 연대하겠다며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대만 등 5개국을 핵심 동맹으로 거론했다. 동맹(allies, alliance)을 지칭하는 단어는 18번, 파트너(partners, partnership)를 뜻하는 단어는 24번 썼다.
2017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대일로에 대응하겠다며 발표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비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어 인도의 ‘역내 모두를 위한 안보와 성장정책’, 호주의 ‘인도태평양 구상’,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한국의 ‘신남방정책’, 대만 ‘신남방대정책’ 순으로 열거하며 한국을 반중 동맹 그룹에 묶어 놓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5개국에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월리스 그레그슨 전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중국의 군사 활동 증가에 대해 한국의 인도태평양 역할 확대를 바라는 미국의 기대가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기존 체제를 대신할 새 체제를 만들어 중국을 압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러시아와 만나 2021년 2월 만료되는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대체할 새로운 핵 군축 조약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조약에 중국을 참여시키기 위해 외교 및 경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에 관해서는 강한 비공식 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중국이 계속 무력 증강을 시도하면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