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30년]<4> 임대주택 정책의 그늘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한 10년 공공 임대 아파트 정문에 분양전환가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만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남=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10년 임대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 직후인 2003년 9월 도입했다. 중산·서민층의 주거 안정 기반을 조기에 구축하겠다며 발표한 장기공공임대주택 150만 채(국민임대 100만 채, 10년 장기임대 50만 채)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18년까지 10년 임대는 모두 20만8000채가 지어졌다. 전체 장기공공임대(148만3000채)의 1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10년 임대는 극빈층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지어지는 영구임대와 달리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업 초기 입주자들은 싼 임대료를 내고 10년 동안 살다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시한폭탄’이 있었다. 분양 전환 시 가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10년 임대의 분양 전환 가격은 ‘감정평가 금액 이하’로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감정가는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에서 결정된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의 집값이 급등한 상태다. 판교의 경우 84m²(전용면적 기준) 아파트값이 2009년 분양 당시 평균 4억∼5억 원에서 현재는 10억 원 이상으로 배 이상으로 올랐다. 따라서 감정평가액은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서 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아픈 손가락’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 행정 부담과 예산의 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민간 기업을 끌어들여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던 정책들은 좌초가 잦았다. ‘뉴스테이’(박근혜 정부)나 ‘비축용 임대주택’(노무현 정부)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 특혜 논란 등이 주원인이었다. 현 정부가 출범 직후인 2017년 하반기부터 추진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도 비슷한 처지다. 임대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임대주택 등록에 따른 각종 세제 혜택을 지원하자 다주택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정책이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놀란 정부는 이듬해부터 정책 방향을 바꿔 세제 혜택은 줄이고 규제는 늘려갔다. 그 결과 신규 등록 임대사업자가 2017년 38만2237가구에서 2018년 14만5635가구로 62%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기되는 문제 대부분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아파트는 분양전환가 논란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며 “분양 전환가격 산정 방식을 통일하고, 임대아파트를 분양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사유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작용 없는 정책은 없다”며 “오히려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부동산 투기 수요를 불러오는 등 문제가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환용 한국주거복지포럼 대표(가천대 교수)는 “임대주택을 모두 정부 재정으로 짓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민간이 임대주택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