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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교육 앱… 의료 AI… 스타트업 매출 ‘업’

입력 | 2020-05-25 03:00:00

코로나 속 언택트-디지털 급성장… ‘간편조리’ 밀키트 매출 4.7배로
X선 영상 판독 인공지능 기술… 일본-브라질 등 10개국 서비스도




국내 ‘밀키트’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프레시지’는 2016년 설립 이래 요즘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식이나 장보기를 줄이는 대신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밀키트는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이 레시피와 함께 제공되는 반조리 상품이다. 프레시지는 국내 밀키트 시장을 개척한 업체다. 2017년 15억 원에서 지난해 711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부터 급성장하던 프레시지 매출은 올해 더욱 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월 기준 프레시지의 가정용 밀키트 매출은 지난해 4월의 4.7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음식점에 공급하는 밀키트 매출도 2배 넘게 늘었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기존 30, 40대 위주였던 고객층도 코로나19 이후 50, 60대 중장년층으로 다변화됐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의 위기를 불러온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성장하는 기업들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언택트’ 서비스와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미리 시장을 개척해 오던 스타트업들이 그 주인공이다. 의료와 교육, 온라인 쇼핑 등 코로나19로 급속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분야에서 활동해 온 스타트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브라질의 한 대형병원에서는 의사를 대신해 인공지능(AI)이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흉부 X선 영상을 보고 코로나19 대표 증상인 폐렴 여부를 가리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는 밀려드는데 X선 영상을 판독할 의사는 부족하다 보니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AI 영상분석 업체인 ‘루닛’이 개발한 기술로 코로나19 이후 무료 공개했다. 브라질 일본 등 10개국 의료기관에서 루닛의 AI 영상분석 솔루션이 사용되고 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AI가 의료현장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 사태가 일부 스타트업에 ‘기회’가 되기도 했다. PC나 모바일에서 업무용 메시지를 주고받고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업무용 협업툴 ‘잔디’의 올해 3월 신규 가입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80% 늘었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잔디를 새로 도입하는 회사가 급증해서다. 공부하다가 막히는 문제를 찍어서 올리면 문제풀이법을 제공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콴다’는 지난달 서버가 다운됐다. 개학 연기로 인한 학습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서비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트래픽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달 월간 사용자는 150만 명으로 지난해 5월(80만 명)의 약 2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 베트남 등 해외 사용자는 120만 명에서 270만 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스타트업계에 ‘위기’보다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정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이달 12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스타트업 492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코로나19가 스타트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이라는 답변(42.5%)이 ‘부정적’이라는 답변(32.3%)보다 많았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동안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없거나 더딘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 수요가 늘면서 이런 변화에 대비해온 스타트업들이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았다”면서 “다만 생존 위협에 직면한 업체도 적지 않은 만큼 정부는 어려움에 직면한 스타트업들의 지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