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용재오닐 희망 콘서트
리처드 용재오닐이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발췌곡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TV 유튜브 캡처
그의 작품 여럿이 저벅저벅 걷거나 뛰는 것 같은, 끝없는 행로를 그린다. 초기 가곡 ‘물레 잣는 그레첸’부터 한없이 돌아가는 물레의 모습이 반주부를 수놓는다. 말발굽 소리가 줄곧 들리는 ‘마왕’도 그렇다. 큰 곡들도 마찬가지다. 교향곡 9번 ‘더 그레이트’는 첫 악장부터 마지막 악장까지 각 악장에서 템포의 변화를 찾기 어렵다. 큰 공을 휙 굴리면 지평선을 넘어 한없이 등속(等速)으로 가는 무한의 방랑 같다.
그러나 이 시대에 ‘겨울 나그네’ 주인공 같은 방랑은 불가능하다. 주인공은 지나가는 우편마차를 보며 연인의 안부에 가슴을 두근거리는 대신 보리수 아래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이동제한을 어겼다고 붙들려 격리될지도 모른다.
동영상 보기(www.youtube.com/watch?v=6VOMF8-gnmU)가 가능하며 유튜브 검색어 ‘crediatv’. 26일 오후 8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도 같은 내용의 공연이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