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고교에서 마스크를 쓴 교사가 비닐장갑을 끼고 시험지를 나눠주고 있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등교하자마자 집으로 돌아간 인천 지역 어느 고교 3학년 학생의 말이다. 다행히 이 학생의 학교를 비롯해 인천 66개교는 25일 다시 등교 수업을 실시한다. 하지만 첫날부터 수업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고3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대학 입시 준비도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올해 고3은 마음이 다급하다. 등교가 예년보다 2개월 반가량 늦어지면서 9월 16일 수시모집 학생부 작성 마감일까지 중간·기말고사를 치르고 각종 교과·비교과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이미 완성된 학생부를 가진 재수생보다 불리할 것이라는 마음이 당연하다. 게다가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등교 중단이 산발적으로 이뤄질 경우 고3 재학생 사이에서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대학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아직 의견 교환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예를 들어 1, 2학년 때 기재 사항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겠다고 하면 또 불리해지는 쪽이 나오기 때문에 함부로 나서서 논의하거나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시 비율까지 결정한 교육부가 정작 난감한 문제에 대해선 대학 선발권을 강조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게다가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올해부터 고교 프로파일을 폐지하고 고교 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하기로 했다. 고교 프로파일은 대학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학사 일정이나 교육과정 운영 특성 등을 기재한 자료다. 학생부에는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되지 않는다. 한 대학 관계자는 “평가자료에 고교명, 생년월일도 빠지기 때문에 내용만 봐선 재학생인지 재수생인지, 어느 지역 학생인지도 알 수 없다”며 “교육부가 학교별 학사 일정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건 이 같은 블라인드 방침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대입 유불리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이는 모든 고3과 모든 대학의 문제다. 교육부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칫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대입 공정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