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옌이 중국과학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장 (CCTV 캡처) © 뉴스1
왕옌이(王延?) 중국과학원 우한(武漢) 바이러스 연구소장이 연구소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견해”라고 일축했다.
왕 소장은 24일 방송된 관영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작년 12월 말 이 바이러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처음 접했다. 당시 원인불명 폐렴 환자의 검체를 검사하면서 이전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있음을 알게 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왕 소장은 특히 “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그 전엔 접촉한 적도, 연구한 적도, 보존한 적도 없었고,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존재를 전혀 몰랐던 것”이라며 “갖고 있지도 않았던 바이러스를 어떻게 유출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발병 초기 은폐 시도 등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미국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왕 소장은 이번 CCTV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왕 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우한 연구소 연구진이 2018년과 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이른바 ‘박쥐 기원설’에 관한 연구논문 작성에 참여한 데 대해선 “많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 당시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린다”며 “2018년 논문에서 언급된 바이러스는 돼지급성설사증후군(SADS) 바이러스로서 코로나19를 일으킨 바이러스(SARS-CoV-2)와의 게놈(유전체) 유사성이 50%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왕 소장은 이어 2019년 논문에 등장하는 바이러스에 대해선 “‘RaTG13’이란 이름의 바이러스로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게놈 유사성이 96.2%나 된다”면서도 “우린 박쥐의 검체를 검사하면서 RaTG13의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알게 된 것일 뿐 활성 바이러스를 분리한 적이 없다. 따라서 유출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왕 소장은 “바이러스 진화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에드워드 홈즈 시드니대 교수는 ‘RaTG13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되려면 자연계에서 50년 정도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게놈 유사성 때문에 우한 연구소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갖고 있었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왕 소장은 “현재 국제학술계는 코로나19가 자연계의 어떤 야생동물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린 세계 각지의 야생동물들이 어떤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지, 코로나19와 유사성이 높은 바이러스는 어디에 있는지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며 “이 문제의 답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협력해 찾아야 한다. 과학자들이 데이터와 사실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