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감독 송선호(왼쪽)-제주 감독 남기일.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K리그는 아주 낯선 환경에 직면했다.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무관중 경기’라는 새로운 표준,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찾아왔다.
초록 그라운드를 향한 장외의 뜨거운 함성과 열기는 사라졌지만, 축구의 본질적 재미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라운드마다 펼쳐져 소중한 ‘직관’을 전염병으로 포기해야만 한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가슴 설레는 또 하나의 매치업이 기다리고 있다. 2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릴 ‘하나원큐 K리그2 2020’ 4라운드 부천FC 1995-제주 유나이티드의 대결은 평범한 승부로 규정할 수 없다. ‘연고지 이전’이란 K리그의 복잡한 역사가 담겨있어 흥미진진한 90분이 될 전망이다.
부천과 제주의 관계는 굉장히 복잡하다. ‘유공 코끼리’란 이름으로 출범한 SK 축구단은 1996년부터 경기도 부천에 둥지를 틀었지만, 2006년 2월 제주도로 돌연 연고지를 옮겼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탄생이다.
K리그에서도 강성으로 통하는 부천 팬들은 제주 구단을 향한 비난에 그치지 않았다. 직접 팀 창단에 뛰어들어 2년여의 준비 끝에 완전히 새로운 클럽을 탄생시켰다. 사무국 구성 및 연고지 협약, 선수단 공개테스트 등을 진행해 2007년 12월 부천FC가 만들어졌다.
다만 처음부터 프로무대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K3리그에서 활동했다. 역사적인 프로 데뷔전은 2013년 3월로, K리그2(당시 K리그 챌린지)에서 도약을 꿈꿔왔다.
언젠가 이뤄지리라 기대를 모아온 제주-부천의 ‘뉴 더비’가 실로 8년 만에 성사됐다. 제주가 지난 시즌 K리그1 최하위(12위)로 추락해 K리그2로 강등되면서다. 부천의 프로 데뷔를 앞둔 2013년 1월 동계훈련 연습경기가 과거 만남의 전부인 두 팀의 경기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개막이 늦춰지지 않았다면 좀더 빨리 성사될 수도 있었다.
부천과 제주의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K리그2 8번째 시즌을 맞은 부천은 개막 3연승을 달리고 있는 반면 K리그2가 낯선 제주는 1무2패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이번 경기는 부천에는 엄청난 동기부여지만, 제주 입장에선 부담감이 몹시 크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를 향한 날선 감정은 많이 무뎌졌지만 ‘배반’이라는 본질은 지워지지 않았다. 현장을 대신하고 있는 랜선 응원전이 달궈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