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전 세계 경제 활동의 동시 셧다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각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 덕분에 금융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은 코로나19의 고통을 먼저 경험했고 이제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상화의 속도를 가늠하게 하는 선행 시장이 됐다. 5월 노동절 이후 소비 회복의 시그널이 나타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연초 춘제(春節·중국의 설) 소비가 실종됐던 만큼 5월은 중국 소비 회복의 시험대로 여겨졌다. 노동절 기간에 지난해 대비 95% 수준의 소비 활동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형 소비와 여행 수요 회복, 정부의 소비 부양 효과, 부동산과 내구재 소비 회복이 동시에 나타난 것도 인상적이다.
이어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 양회(兩會)가 21일 드디어 개막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두 달이나 연기된 올해 양회에는 강력한 부양 패키지를 통해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되살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사상 최대의 재정지출 정책과 유연한 통화 완화 조치를 취할 것을 못 박았고, 지방정부는 앞다퉈 대대적인 소비 촉진 정책을 예고했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미중 간 분쟁 격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 돌파를 위해 대(對)중국 공세를 높여가고 있다. 화웨이 제재 강화부터 중국 투자 제한, 최근에는 홍콩 문제까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시간이 촉박하다. 당분간 미국과 중국의 거친 공방이 이어질 것이나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훼손하는 극단적인 대립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상품 수입 확대, 위안화 안정화,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접근하면서 갈등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6월은 미중 무역합의 1단계 합의 내용을 점검하는 시기인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