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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 난개발 논란

입력 | 2020-05-26 03:00:00

생활형 숙박시설 건축 허가에 “소수 부자들의 휴식공간 안된다”
동구 주민 ‘난개발 반대모임’ 결성
시민단체도 “투기장 변질” 비판




25일 오후 3시 부산 동구청 대강당에서 주민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북항 막개발 반대 시민모임’ 출범식이 열렸다. 부산 동구 제공

부산을 국제 해양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인 북항 재개발 사업이 난개발 논란에 휩싸였다. 주거 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데 반대하는 시민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부산 동구 주민들은 25일 구청 대강당에서 ‘북항 막개발 반대 시민모임’ 출범식을 열었다. 정재환 동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장 등 3명이 공동위원장을, 정현옥 전 동구청장이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60여 명의 통장과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협의회 등 50여 개 단체가 손을 잡았다. 이들은 “항만시설로 쓰이다 140년 만에 시민 품에 안긴 북항이 소수 부자들의 고급 휴식 공간으로 전락하는 사태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비판은 부산시가 지난달 북항 재개발 부지 상업·업무지구 중 D-3블록(1만3241m²)의 일부에 지하 5층, 지상 59층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건축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레지던스는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을 말한다. 상업, 주거시설이 복합된 건물이라 이곳에 단독·공동주택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제한 요건을 비켜갈 수 있다. 하지만 레지던스는 소유자가 숙박업 신고 뒤 영업하거나 아파트처럼 주거시설로 이용할 수 있고 건축주가 분양할 수도 있다.

논란 중인 D-3 외에도 상업·업무지구에 또 다른 레지던스 건축이 추진되면서 난개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D-2블록(1만6195m²)에도 조만간 지하 4층, 지상 72층의 레지던스 건축 허가가 신청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이 일대에 총 3210실의 레지던스 객실이 들어서 대규모 주거단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도 비판에 가세했다. 부산참여연대는 “북항 재개발 사업이 민간 사업자의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됐다. 레지던스 건축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민단체연대회의는 “정보산업단지로 추진된 센텀시티도 애초 계획과 달리 주거시설이 67%를 차지했고, 해운대 엘시티도 ‘사계절 체류형 시민 친수 공간’ 조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북항도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관할 부산 동구도 반대에 나섰다. 구는 D-3블록에 건축 허가 신청이 들어온 지난해 9월, 의견을 묻는 부산시에 ‘신청 용도가 항만 재개발 기본계획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아파트나 다름없는 숙박시설을 허가해 부산을 상징하는 북항을 부자를 위한 공간, 부동산 기획 상품으로 전락시켰다”며 날을 세웠다. 동구의회는 레지던스 건축 허가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고 최근 부산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의 건축 용도를 규정하는 지구단위 계획은 해양수산부가 결정했고, 산하 사업 시행자인 부산항만공사가 건축주에게 숙박시설 용도로 부지를 매각했다. 해수부는 숙박시설 축소 의견을 부산시에 전해오면서도 이를 위해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해 달라는 부산시 요청을 묵살해 결국 건축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추가 레지던스 건축 철회, 개발 이익 환원, 재개발 사업 주민 참여 등을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서명 운동, 국민 청원, 항의 집회 등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동구 수정산 산복도로의 고도보다 2배 이상 높은 200m 높이 건물들이 들어서려 한다. 고단한 서민의 삶에 위안이었던 조망권마저 부자들에게 빼앗길 처지”라고 호소했다.

북항 재개발 사업은 부산항 연안과 국제여객부두, 중앙 1∼4부두 일원 153만2419m²의 부지에 현재 1단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총 8조5190억 원을 들여 상업·업무지구, 해양문화지구(오페라하우스), 정보통신·영상·전시지구, 복합항만지구(국제여객터미널) 등을 개발 중이다. 2단계 사업은 2022년 이후 진행된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