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억제력 강화” 다음날 맞대응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이 국제사회 재편입과 훌륭한 경제를 원한다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우 폐쇄적인 사회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해 공개된 정보뿐 아니라 정보기관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북한을 향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라”며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취지의 경고를 세 번 반복했다.
다만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전략무기 능력 확충, 핵전쟁 억제력 강화와 같은 표현을 쓰니 미국도 가만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 ‘극단적 옵션(전면전 불사)까지 가겠다’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도 “군사적 수단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의 반응에 맞춰 우리가 행동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 놨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난 3년 반 동안 북한과의 충돌을 피해 왔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를 언급했다. 북한의 세계 재편입과 훌륭한 경제를 거론하며 핵 포기 시 북한이 얻게 될 대가도 재차 제시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북-중 교역이 줄어들면서 경제 타격이 예상되는 시점에 북한에 던진 ‘당근’인 셈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이런 방식으로 상황을 관리하며 북한의 도발을 막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수도 없다. 코로나19 방역 실패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는 북한과의 딜을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아직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게 없는 시점인 만큼 일단 움직임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 대선 전 트럼프 행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보여주기식 도발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리 헤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전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일부러 적들의 눈에 띄고 분석을 유도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