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면 시행
지난해 여름 서울 종로구 지하철 광화문역 내부의 쓰레기통. 다양한 일회용 컵이 쓰레기통 위까지 쌓여 있다. 일반쓰레기와 섞인 데다 컵 홀더, 빨대, 각기 다른 재질의 컵과 뚜껑들이 뒤섞여 있어 재활용할 수 없다. 동아일보DB
17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 카페. 카페 주인 이혜연 씨(40)는 카페 앞 테라스 난간 아래 놓인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치우며 말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24.9도로 오른 이날 경의선 숲길 인근 전봇대 아래와 골목 안쪽 낮은 담 위에선 누군가 버리고 간 일회용 컵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다른 매장에서도 반환 가능
보증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향후 환경부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2018년 10월 소비자 3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서 적정 보증금액은 265원이란 의견이 나왔다. 환경부는 컵의 반환 효과 등을 고려해 보증금을 정할 방침이다. 적용 매장 역시 향후 대통령령으로 업종과 규모를 정한다.
컵 회수율이 높아지면 매장 내에 사용한 컵들이 쌓이며 악취가 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지적에 환경부는 밀폐형 전용 용기를 도입하고 자주 수거해 냄새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무인 회수기를 놓는 방식도 고려한다. 보증금 도입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어 도입 전후 집중 모니터링도 시행한다.
○“관련 인프라 구축 시급”
보증금 제도 도입이 일회용품 사용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소비자에게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게 더 비싸다’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김현경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일회용품이 갖고 있는 싸고 편리하단 이미지를 없애고, 나아가 다회용기 사용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2022년 전까지 일회용 컵 재질 통일 및 시스템 구축 작업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관련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먼저 컵을 모아 회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유지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비용 및 고용이 발생한다. 한국규제학회는 관련 시스템 구축에 드는 비용과 그로 인해 절감되는 온실가스 발생량 등을 고려할 때 비용편익비율(BC)이 기준인 1을 넘기는 1.38로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유발효과도 100억 원 투입 시 277명에 달하는 등 경제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무인 회수기 원천 기술 개발 및 보급, 보증금 제도를 적용받는 일회용 컵 위·변조 예방 기술 연구 등이 시급하다”며 “향후 자원순환 체계가 가속화되면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도 그린뉴딜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