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개원 ‘의정부 을지대병원’ 감염병 예방 중점 관리 시설 강화… 공사 단계부터 선별진료소 시공 신약개발 임상의학 연구동도 마련 건물 5층에 대규모 치유정원 조성 의료진 관사, 게스트하우스 등 갖춰… 입원-응급환자 위한 특화설계 눈길
11월 준공을 앞둔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메르스 발병 전인 2014년, 시작 단계부터 감염성 질환에 대비해 설계됐다. 설계 도중에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병원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올해 초에는 공정 70%에 육박하던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변경해 신종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병원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 5년 전 메르스 온몸으로 막아낸 대전 을지대병원
대전 을지대병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전 직원이 희생을 감내하며 선제적인 대응으로 추가 환자 발생을 완벽히 막아내 호평을 받았다. 당시 환자가 메르스의 진원지였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경유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실 내과계 중환자실로 입원하는 바람에 이틀 동안 의료진과 다른 환자 등에 노출되면서 제3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우려됐다. 그러나 병원은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양성 판정도 되기 전에 즉시 메르스 대책본부를 꾸리고 △응급실 72시간 폐쇄 및 확진자 이동경로 전면 소독 △확진자와 접촉한 환자 1인실 △중환자실 물품 반출 금지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했다.
양성 판정 후에는 내과계 중환자실을 완전히 폐쇄하고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으며 중환자실 의료진은 방진복을 착용하고 환자들의 입·퇴원, 보호자들의 면회 통제는 물론이고 의료진의 출입도 통제했다. 병원시설과 기구를 매일 소독하고 1500여 전 직원들에 대해 실시간으로 발열 모니터링을 하는 등 혹시나 모를 추가 감염에 꼼꼼히 대응했다. 그 결과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고 다수의 접촉자가 있어 또 다른 메르스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당시 14일간 코호트 격리돼 메르스 최일선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워온 중환자실 수간호사의 일기가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전 을지대병원의 선제적 대응은 모범 사례로 꼽혀 국민 안심병원으로 선정됐다.
○ 감염예방시설 더 공들이는 의정부 을지대병원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감염 예방 중점관리시설을 더 보완하기 위해 공사 변경을 단행했다. 피검자와 의료진, 직원을 완벽하게 분리하고자 시공 단계에서부터 선별진료소 ‘드라이브 스루’와 ‘워크 스루’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2월 선별진료소 드라이브 스루를 처음 도입한 것을 볼 때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시공 단계부터 드라이브 스루 설치는 이례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팬데믹 선언까지 이르게 하는 신종 바이러스 유행은 이제 더 짧은 주기로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알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병원 건물과 이어진 복합시설 4층에는 683m² 규모의 임상의학 연구동도 새로 추가했다. 신약 개발을 위해 산학연 협동 연구를 본격 추진하고 교수들이 논문과 연구 활동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마련한 연구시설이다. 특히 유전자와 줄기세포 연구, 신약개발 연구에 만반의 준비를 갖출 계획이다. 임상의학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자 병원 건물 14층에 배치됐던 교수 연구실을 복합시설 3, 4층으로 옮겼다.
○ 환자와 의료진을 배려한 특화설계 갖춰
감염예방 설계 외에도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특화설계는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입지상 북한산, 도봉산, 천보산, 불곡산과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마주하고 있고 4층과 5층에는 대규모 정원이 설계됐다. 정원 규모만 해도 총 5673m²에 이른다.
병원 건물 5층에는 4830m² 면적의 대규모 ‘치유정원’이 들어선다. 우거진 숲과 1.1km의 워킹코스 3개 트랙이 조성될 예정이다. 산책을 하면서 목, 어깨, 가슴, 옆구리, 다리 등 전신 재활이 가능한 시설이 들어선다. 병원 지상 4층 산모와 소아를 위한 병동 앞에는 ‘엄마의 뜰’이라는 콘셉트의 정원이 조성된다. 폐쇄병동 환자들을 위한 야외정원도 별도로 설계해 오랜 입원생활에 지친 환자들의 치유를 돕는다. 병동과 연계된 특화 정원으로 심신이 지친 입원환자들이 다른 여러 환자들과 뒤섞이지 않고 산책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환자의 응급상황 시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의사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설치된다. 게스트하우스는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2인 1실과 1인 1실 형태로 마련되며, 각 실에는 샤워실과 화장실, 천장형 냉난방시스템이 설치되고 전기온돌도 설치된다. 또 공용공간으로 탕비실과 세탁실이 설계되고 안전을 위해 출입통제시스템도 구축해 환자 대상으로 원활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방에 거주지가 있는 의사들이 가족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관사도 제공된다.
○ 옥상에 이어 지상 대운동장에도 헬리포트 설치
산과 군부대가 많아 응급환자 발생률이 높은 경기 북부에서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응급환자를 위해 병원 본관 옥상 헬리포트와 함께 추가로 지상의 대운동장에도 헬기 이착륙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옥상 헬리포트에서 지하 1층의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보다 더 빠른 응급 후송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한 결과다. 옥상 헬리포트의 경우는 헬기에서 응급이송장치까지 15.1m 수평 이동, 응급이송장치 탑승 후 8.7m 수직 이동, 그리고 응급이송장치 하차 후 엘리베이터까지 6.8m 수평 이동, 다시 엘리베이터 탑승 후 지하 1층까지 75.8m 수직 이동을 거쳐 105.8m를 수평 이동해야 마침내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다. 총 이동거리는 212.2m, 소요시간은 7분 정도다. 반면 운동장에 헬기가 착륙했을 경우는 착륙 즉시 미리 대기 중인 구급차에 환자를 태운 뒤 245m 거리의 응급실로 곧장 이동할 수 있다. 소요시간은 옥상 헬리포트에 비해 절반 이상 단축된다. 이를 위해 병원은 약 12억 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 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기능성 인조잔디를 설치할 계획이다.
▼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
“AI 접목해 최첨단 비대면 의료서비스 제공할 것”
감염 예방 중점관리시설에 대해 설명하는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을지대병원이 의정부에서 개원을 앞두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에 위치하는 의정부 을지대병원 신축 부지는 미군이 주둔했던 캠프 에세이욘이 있던 곳이다. 병원 건립공사는 반환 미군기지에 대규모 민간자본이 투입되는 첫 사례로 안보의 땅이 ‘치유의 땅’으로 변모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형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의정부와 경기 북부에서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만전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78%의 공정으로 2020년 11월 준공과 2021년 3월 개원을 앞두고 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감염 예방에 시공단계부터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는데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나.
을지대의료원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병원에서도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데 우리가 ‘AI-EMC’로 부르는 의료정보시스템은 의료사물인터넷(IoT), 모바일서비스(m-Hospital)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까지 접목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공사 단계에서부터 5G 기반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IoT 기반 위치 및 이동경로 관리, VR 시스템 활용 등 감염예방 측면을 고려한 다양한 서비스와 시스템도 도입될 것이다.
병원에서의 각종 비대면 진료 등에 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AI-EMC’는 새로운 병원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예약은 물론이고 MRI나 CT, 내시경 등을 통한 주요 검사 결과도 모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각종 질환 정보와 검사 전 주의사항 등도 실시간으로 모바일로 제공받는 등 신종 감염병 시대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공정이 70%를 넘은 상황이었지만 환자 치료와 질병 예방에 일조하는 것이 의료기관의 역할이기에 임상의학 연구시설을 도입하게 됐다. 의정부와 경기 북부 주민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안심하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감염예방 중점 관리 시설은 물론이고 암환자용 특수병동 및 호스피스 병동까지 갖춘 병원으로 개원하면 희망과 사랑을 키워가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되겠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