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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코로나 치료제 700건 임상중… “속도보다 안전이 최우선”

입력 | 2020-05-27 03:00:00

제약사-바이오기업 임상시험 활발




게티이미지코리아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누가 먼저 개발에 성공하느냐’도 코로나19 사태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24일(현지 시간) CBS에 출연해 “미국이 중국보다 더 나은 백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워낙 시급하다 보니 기대만큼 혼란도 크다. 렘데시비르는 안전성 논란을 거듭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나온 미국 모더나의 백신 1차 임상시험 결과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 “집단면역 이후 확산 멈춘다”는 예측도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막는 방법으로 집단면역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코로나19 유행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종식시킬 수 없다”며 “인구의 60∼70%가 코로나19에 대한 무리 면역(집단 면역)을 가져야 확산이 멈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집단면역이란 일정 비율 이상의 인구가 면역을 갖게 돼 감염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집단면역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백신 주사를 맞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복돼 자연 면역력을 갖는 것. 후자의 방법을 택한 스웨덴은 20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3831명 발생했다. 이는 스웨덴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 376명으로 이웃 북유럽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사망자들 대부분이 노년층이어서 비판을 받았다.

2월 말부터 3월까지 가장 많은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는 대구의 경우도 243만 명의 인구 중 확진자는 6850여 명으로 대구 인구의 0.28%에 불과하다. 집단면역이 형성돼 추가 전파가 없으려면 국민의 70%가 감염되어야 하는데 현재 인구와 치명률을 고려하면 3500만 명이 감염돼 35만 명이 사망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코로나19의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집어넣거나 죽은 바이러스의 일부를 집어넣어서 우리 몸의 면역세포 활성화를 통해 균을 없애는 방법인데 이러한 백신은 무엇보다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에 돌입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총 8개다. 가장 먼저 임상에 돌입한 미국 생명공학사 모더나와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외에 미국 이노비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 독일 바이오엔테크, 중국 생명공학사 캔시노와 베이징생명공학연구소 등이 임상에 착수했다. 또 세계적인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은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주요 후보물질을 선정해 올 9월 임상연구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년 초에는 응급 사용을 위해 백신 공급을 할 계획이다. 존슨앤드존슨은 이를 위해 제약부문인 얀센, 미국 생물의학첨단연구개발국(BARDA)과 공동으로 10억 달러를 출연해 전 세계에 10억 개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임상 착수가 바로 백신 개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여러 임상을 통해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마디로 예측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는 변이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백신이 개발된 시점에서 이미 소용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 전 세계 제약사-바이오기업 앞다퉈 임상중
미국국립보건원(NIH) 의학도서관이 운영 중인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임상시험은 최근까지 700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9건이 실제로 환자 모집을 하거나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새로운 후보물질을 찾기보다 기존 약이나 후보물질의 용도를 바꿔 코로나19용으로 다시 임상을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새로운 후보물질에서 신약을 찾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기대를 거는 치료제 후보물질로는 렘데시비르가 있다. 이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RNA 유전자에 접근해서 바이러스 복제를 하는 유전자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세포 실험에서 적은 양을 투약해 코로나19를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안전성 논란도 있다. 1일 FDA는 코로나19 중증환자에 대해 렘데시비르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일본 정부도 긴급 승인을 내리고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생산 범위를 넓히기 위해 각국과 협의 중이지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시행한 임상시험에서 메스꺼움과 구토 등의 부작용이 발견됐다.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장해 화제가 된 약이다. 바이러스 침투 시 세포막과의 융합을 차단하거나 바이러스 복제를 위한 세포 내부 막 형성 과정을 차단하는 원리다. 중국과 프랑스 연구팀이 이 약을 투약한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증상 완화와 바이러스 감소 등을 확인해 발표했다. 하지만 투약 농도가 높아지면 부작용 우려도 있어 국내에서는 낮은 농도로 투약 중이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다 보니 기존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하는 혈장치료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완치자의 혈액 속에 코로나19를 퇴치하는 항체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치료는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방법이다. 메르스 때에도 시도한 적도 있다. 코로나 환자로부터 헌혈처럼 혈액을 받아서 항체가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혈장을 환자가 수혈을 받는 것이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2명의 환자를 이러한 혈장 치료를 통해 완치시켜 관심이 됐다. 환자의 혈액이 건강하고 다른 질환이 없으면 수혈을 받을 수 있다. 수혈 대상자는 장기부전이 있는 중증 환자들이다. 문제는 그 혈장에 효과적인 항체가 있고 충분한 양이 있는지 사전에 검사해서 투여하는 것은 아니다. 방어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효과 여부도 헌혈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약처럼 똑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제약사와 바이오업체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앞다퉈 이뤄지고 있지만 급하다고 섣불리 임상허가를 하는 순간 또 다른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임상허가 속도와는 별도로 안전성이 최우선돼야 한다. 또 현재 연구 중인 대부분의 약이 기존에 있던 약을 코로나19에 써보는 방식인 만큼 완벽한 효과를 못 볼 수도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