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호. 동아닷컴DB
강정호(33)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뚫고 기지개를 켜고 있는 KBO리그에 돌을 던졌다. 그 돌팔매에 팬들의 마음은 출렁이고 있다. 반복된 음주운전으로 대중을 실망시킨 그가 “야구로 사죄하겠다”며 복귀를 시도했다. 그렇게 속죄를 원한다면 다른 야구도 많이 있는데 굳이 KBO리그를 고집하는 속내가 궁금하지만 하여튼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복귀신청서를 제출했다. KBO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었고 2016년 12월 발생한 개인통산 3번째 음주운전사고에 1년 유기실격의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이미 법의 심판(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사람의 일자리까지 억지로 빼앗는 것은 인간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와 2018년 새로 만들어진 KBO 규정(음주운전 3회 적발 시 최소 3년 실격)을 소급적용 할 수 없다는 법의 원칙 사이에서 고민했겠지만 팬들의 눈높이에는 한참 모자랐다. 이 바람에 정운찬 총재가 취임한 뒤 열심히 쌓아올렸던 클린 베이스볼의 이미지까지 훼손될 위기다.
● 강정호의 소원대로 복귀하는 과정은
메이저리그 초대 커미셔너였던 랜디스 판사는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승부조작 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스타선수 등 관련자 8명의 영구추방이라는 엄격한 조치를 내렸다. 이때부터 범죄가 일상이던 메이저리그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됐고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지금 야구팬 대다수가 분노하는데 KBO의 총 책임자로서 권위를 상징하는 총재로부터 모두가 납득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교훈이 될 현명한 판단과 액션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 공정성과 상식, 그리고 법의 사이에서
요즘 우리사회는 공정성이 큰 화두다. 힘을 가진 사람이 잘못을 해도 인정해줬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모두가 법 앞에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사람일수록, 더 가지고 배운 사람일수록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아쉽게도 힘을 가진 사람들은 이 변화를 읽지 못한다. 자신들의 논리로 법을 내세워 대중을 가르치려들지만 세상에 가장 어리석은 것이 남의 생각을 바꾸려는 것이다. 아무리 법이 옳다고 한들 법보다 앞서는 것이 상식이고 대중의 눈높이다. 더구나 대중이 사랑과 지지로 먹고사는 프로야구라면 누구보다 먼저 민심을 잘 읽고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KBO는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배다. 강정호가 던진 돌에 민심의 바다는 출렁거린다. 바다는 평소 잔잔해보여도 정말로 화가 나면 무섭다. 배를 뒤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