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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안전’ 두 마리 토끼 잡아라…車업체들 ‘가상 배기음’ 주력

입력 | 2020-05-26 16:39:00


자동차의 ‘소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작은 엔진음을 원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빵빵한 배기음을 추구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하지만 모터로 달려 엔진 소음이 없는 전기차는 보행자 안전에 위협적일 수 있다. 차량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나는 일도 최근 늘고 있다. 이에 자동차 업체들은 운전의 ‘재미’와 ‘안전’을 잡기 위한 가상의 배기음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가상의 엔진·배기음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전기차의 접근을 보행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차량 외부로 소리를 내는 장치인 AVAS(Acoustic Vehicle Alert Sound)와 운전의 재미를 위해 차량 내부에서 가상의 배기음을 내도록 하는 시스템인 ASD(Active Sound Design)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6일 AVAS인 ‘친환경차 가상엔진 사운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보통의 가상 배기음이 스피커 형태로 차량 내부에 장착된 것과는 달리, 현대모비스는 전기차의 전면부 디자인(그릴)을 스피커로 활용했다. 전기차의 그릴이 완전히 막힌 형태라는 점에 착안해 소리를 발생시키는 장치(엑츄에이터)를 크릴 커버에 붙이고, 그릴 커버를 음향 진동판으로 활용했다. 그릴에서 소리가 나는 셈이다. 차량 앞부분에 스피커가 달려 있는 셈이어서 캠핑을 할 때 사운드를 즐길 수도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차량의 진행 방향이나 운행 여부 등을 보행자들에게 전달 할 수 있고, 차량 안팎에서 다양한 소리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해 9월부터 생산하는 모든 친환경 차량에 일정 속도 마다 일정 수준의 배기음을 내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한국도 7월부터는 저소음자동차의 경고음 발생 장치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 아우디, 푸조·시트로엥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보행자 사고 예방을 위한 음향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 기아차도 국산 최초의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인 6세대 쏘나타(YF)를 시작으로 쏘울 EV 등 전기차와 수소차 넥쏘에도 가상 배기음 시스템을 장착했다.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가상 배기음(ASD)을 강화하는 곳도 있다. BMW 코리아는 25일 가상 엔진음인 ‘BMW 아이코닉 사운드 스포츠’ 출시했다. 운전자에게 가상 엔진음을 전달하는 소프트웨어다. 운전자가 주행 모드를 ‘스포츠’ ‘컴포트’ ‘에코 프로’ 등으로 선택하면 각 모드에 맞는 엔진음을 선사한다. 현재는 BMW 뉴 X5, 뉴 X6, 뉴X7 xDrive40i 모델에만 적용 되지만 적용 차종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ASD 기술이 적용된 국내 대표 차량은 현대차 벨로스터 N 이다. 엔진음을 조용한 소리부터 고성능 경주차 소리 까지 3가지 종류로 구현할 수 있다. 기아차 스팅어, 제네시스 G70, G80, GV80, G90 등에도 ASD 가 들어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가상 배기음 시장은 2016년 31조 원 규모에서 매년 10% 씩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선호에 맞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업체들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