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NGO & NPO]국회-NGO ‘기부문화 활성화 좌담회’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 사회가 되기 위해선 민간자원을 국가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왼쪽부터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원혜영 의원,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 서경석 기아대책 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오늘 참석자들 대부분이 기부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간의 성과와 21대 국회의 과제에 대해 정리한다면…
▽원혜영 의원=20대 국회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재선에 성공한 김 의원 등 관심 갖는 의원들이 생겼다. 21대 국회에서 성과를 내주리라 기대한다.
▽김병욱 의원=유산 기부 활성화를 위해선 세제 감면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외국에선 재산을 기부하면 10%의 세금을 면제해 주는 ‘레거시 10’이라는 법이 있다.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사회 통합을 위해 유산 기부를 활성화시킬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
―유산 기부가 무엇인가.
▽김 의원=복지 국가의 완성은 기부문화 확산에 있다. 정부가 치밀하게 정책을 쓴다고 해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비영리기구 등) 민간 영역이 할 수 있고, 그게 기부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실천 방안이 있다면….
▽원 의원=(이달 30일) 정계에서 은퇴한 뒤 유산 기부 운동에 전념할 생각이다. 유언장 작성 문화에 참여할 생각이다. 미국은 56%가 유언장을 쓴다. 우리나라는 관련 통계조차 없다. 영국처럼 유언장에 재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 10%를 감면해 주는 ‘레거시 10’을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재산의 10%를 축구 꿈나무 육성에 써 달라’고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 통합은 정부 재정만으론 안 된다.
―주식 기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이일하 이사장=(현 제도에선) 기업이 주식을 기부해도 NGO에서 쓸 수가 없다. 상법 등 관련법 개정이 절실하다. 5% 이상의 지분을 특정 재단에 기부하면 세금 50%를 부과하는 게 현실이다. 법에서 주식을 기부하면 증여세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순수한 의도의 ‘기부’를 목적으로 주식을 기부하는데 증여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기부 문화가 나가야 할 방향은….
▽이 이사장=우리나라의 개인 기부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와 함께 상위권에 올라 있다. 정부가 공익위원회를 만들어 공정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기부와 관련한 법적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제훈 회장=사회복지법인이 부동산을 기부 받아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관련 법에서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기부자의 뜻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원 의원=정부의 기부 관련 정책이 네거티브(규제)에서 포지티브(육성)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기부 문화 활성화보다 잘못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이 모금하는 것은 민간 기부 확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나도 장학재단을 25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이자율이 떨어져 운영하기 어려워져 출연기금을 더 쓰겠다고 했는데 이를 관리 감독하는 교육청에서 허가를 안 해줬다. 장학사업 같은 공적인 곳에 기부금을 쓰는 것을 정부가 막아선 안 된다.
▽서경석 대표=국가 복지 예산이 부족할 경우 민간의 역할이 크다. 정부가 복지에 관심을 갖는다면 민간을 파트너로 활용해야 하지만 오히려 억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민간단체들이 국가를 대신하고 있는데 마치 하청업체 대하듯 군림하는 태도는 잘못됐다.
앞으로 기부 문화에서 숨겨진 기부 자원을 찾는다면 노인들이다. 이들은 부동산 등 재산을 갖고 있다. 자산을 갖고 있는 60대 이상 시니어들이 기부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선 기부금 운영을 책임질 자선단체의 건전성 관리도 중요해 보인다. 대책은 있나.
▽이 회장=민간 NGO가 앞장서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후원금의 10∼15%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작은 단체의 경우 후원금 10%로는 운영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NGO가 쓰는 사업비와 인건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NGO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생활인이다. 생계비는 줘야 한다. ‘자원봉사단체인데 왜 월급이 필요한가?’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관련 법을 개정해 운영의 폭을 넓혀 줬으면 한다.
▽원 의원=20대 국회 때 법안을 만들면서 확인해 보니 자선단체를 관리하는 정부의 기관 부처가 모두 다르다. 공익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 영국, 호주에는 비영리 공익법인을 총괄하는 자선위원회(Charity Commission)가 있다. 비영리 공익법인의 등록, 관리감독, 육성, 기부법 등을 하나의 정부기관에서 총괄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자체 등 사업 목적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다르다. 그 결과 비영리 공익법인의 설립 규정, 관리감독 등이 제각각이고 국내 비영리 공익법인 수나 활동 예산에 대한 통계도 거의 없다. 이제 우리도 비영리 분야를 총괄하는 ‘공익위원회’ 설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의 기부금 유용 논란으로 비영리 기부금의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 이사장=현재 일부 시민단체의 문제로 투명하게 운영하는 자선단체들까지 의심받고 있어 안타깝다. 요즘 “믿지 못하겠다. 지원을 끊겠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자선단체와 시민단체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자선단체들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외부 감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기부자가 요청할 때 기부금 내역서 및 장부를 공개하고 있다. 그만큼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회장=NGO는 외부 감사를 받고 국세청에 공시한다. NGO의 투명도를 높이려면 각 단체가 얼마나 투명하게 후원자의 의도대로 돈을 쓰는지를 공개하면 된다.
사회=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