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골목길. 음료가 담긴 일회용 컵들이 다른 쓰레기와 함께 뒤섞여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일회용 컵의 재질인 종이와 플라스틱은 좋은 재활용 자원이다. 재질별로 분리수거하면 다양한 용도로 다시 태어난다. 현실은 안타깝다.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일회용 컵은 급증하는데, 재활용되는 컵은 20개에 한 개꼴이다. 마구잡이로 버려진 일회용 컵은 무용지물이다. 그냥 쓰레기가 된다.
20일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도입을 위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냈다. 보증금제가 이 문제를 풀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일회용 컵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컵을 쓸 때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환하면 돌려받는 것이 핵심이다. 2년의 준비 기간이 있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과거 각양각색이던 소주·맥주병의 ‘표준 용기’를 지정하고 반환 방식을 도입하는 데도 진통이 컸다. 소비자들은 빈 병 회수를 거부하는 소매점에서 불쾌감을 느꼈고, 가게들은 빈 병을 보관할 공간을 따로 만드느라 불편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에 다시 관대해지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걸 보면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 일회용품 사용은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선 긴급하게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도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 다회용기를 위생적으로 사용하면서 일회용품을 서서히 퇴출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