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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미래로 통하는 게이트[이중원의 '건축 오디세이']

입력 | 2020-05-27 03:00:00

〈29〉판교 테크노밸리




판교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마주하게 될 알파돔 광장 모습. 저층부 도넛 모양 상업시설과 고층부 큐브 모양 업무시설. 3층 투명 스카이 브리지가 저층에서 흩어진 건물을 공중에서 이어준다.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PTV)는 대한민국 간판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다. 2006년 첫 삽을 뜬 후 지난 15년간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PTV는 혁신, 고용, 매출 측면에서 실로 괄목할 만한 성과와 기대가 있다. 그렇다면 건축적으로는 어떨까? PTV의 시작점은 판교역이다. 아침마다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힘차게 출근한다. 이들은 신분당선 판교역 북쪽 게이트인 1번 출구로 나와 광장을 가로질러 북상한다. 조금 걷다 보면 좌측에 첫 랜드마크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2014년 준공)이 나온다. 부드럽게 파도치는 유리 외관이 일품이고, 8층 로비 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의 PTV 조망도 일품이다. 운중천과 PTV와 금토산이 겹겹을 이루며 아득하게 멀고 넓게 펼쳐진다.

호텔에서 더 북상하면 운중천 보행교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NC소프트 본사(2013년 준공)가 보인다. 이 건물은 ‘판교 게이트’라는 별명답게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두 개의 수직적인 타워가 양 끝에서 아주 넓은 상층부를 지지한다. 마치 우주선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착시를 이룬다. 구조적 도전이 달성한 시각적 트임이다. 저녁에는 건물 로비 미디어 스크린에서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빠르게 흐르며 가로를 밝힌다.

운중천에서 조금 더 북상하면 동선의 축이 바뀌며 동서 방향의 PTV 중심 광장이 나온다. 광장 북측 경계가 그 유명한 판교로다. 이곳은 글로벌 스타 건축가들의 건축이 밀집한 도로다. 하나하나가 모두 다 수작이지만, 특히 3개의 건물이 유명하다. 동측 끝에 차바이오컴플렉스(2014년 준공·이탈리아 알레산드로 멘디니 디자인)와 서측 끝에 DNA 사슬을 건축화한 코리아바이오파크(2011년·한국 무영 디자인)가 있고, 중앙에 삼양 디스커버리센터(2016년·일본 니켄세케이 디자인)와 미래에셋 벤처타워(2011년·한국 삼우 디자인)가 있다. 네 건물 모두 역동적인 로비와 실험적인 외피가 빼어나다.

국내 최고 바이오 벤처 집합지인 코리아바이오파크는 제1 PTV의 종점이다. 이곳에서 대왕판교로를 따라 올라가면 지금 제2 PTV가 지어지고 있다. PTV의 시작점인 판교역 알파돔은 벌써 지어졌어야 했는데 이제 한창 골조 공사 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늦춰져서 그렇다. 알파돔은 시애틀 아마존 캠퍼스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실리콘밸리 삼성 설계로 유명한 시애틀 건축회사 NBBJ가(국내 희림과 컨소시엄) 디자인을 했다. NBBJ는 시애틀 건축설계사무소다. 미국에서 워싱턴주 시애틀과 오리건주 포틀랜드 건축가들은 ‘태평양 북서부 지역주의 건축’을 구사한다. 이는 자연(산과 숲)과 공생하는 건축을 존중하고, 인간을 디자인 중심에 두며, 원활한 흐름과 투명한 소통을 유도하며, 형태와 외장에서 무거움보다는 가벼움을 추구한다.

알파돔이 기대되는 큰 이유는 NBBJ 건축철학이 건물에서 묻어나기 때문이다. NBBJ는 덩치일 수 있었던 대형 건물을 잘게 썰어 네 동으로 분절시켜 팔방으로 퍼지는 골목길을 광장에 선사하고, 이로부터 파생하는 사이공간은 고층 사무공간에 태양광을 골고루 선사한다. 3층에 매달린 유선형의 투명 스카이 브리지는 허공에 매달려 분절된 네 동을 공중에서 손잡아 준다. 판교역 광장은 알파돔으로 신나게 될 참이다. 앵커 테넌트(핵심 유명 상권)로 카카오와 네이버가 대거 들어올 것이라고 하니, 알파돔 준공(2021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또 알파돔은 메리어트 호텔 같은 실험적인 외피 디자인이 있고, NC소프트 같은 구조적 실험이 있고, 판교로의 글로벌 건축가들이 지은 랜드마크 건축물 같은 역동적인 로비가 있다. 그래서 PTV 시작점인 알파돔은 이후 전개될 판교 랜드마크 건축물들의 전조라는 점에서도 제격이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