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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다시 주목받는 ‘해리포터 작가’

입력 | 2020-05-27 03:00:00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는 ‘암보스 문도스 호텔’이 있습니다. 이 호텔 객실 511호는 미국 작가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던 곳으로 보존돼 있습니다. 아바나 외곽 남동쪽의 저택 ‘핑카 비히아’와 아바나 동쪽의 어촌 코히마르 역시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쓰며 머문 곳으로 유명합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괴테하우스도 많은 관광객이 들르는 곳입니다. 문호 괴테가 그곳에서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집필했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엘리펀트 카페도 유명합니다. 영국의 작가 J K 롤링(54·사진)이 해리포터를 쓰기 시작한 장소로 알려진 곳이죠. 그동안 수많은 관광객이 성지 순례하듯 방문해 왔습니다.

그런데 롤링이 21일(현지 시간)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엘리펀트 카페가 해리포터의 탄생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롤링은 이날 “나는 엘리펀트 카페에 다니기 몇 년 전부터 해리포터를 쓰고 있었다”며 “해리포터에 관한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곳을 해리포터 탄생지라고 한다면,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롤링이 해리포터를 처음 쓰기 시작한 곳도 엘리펀트 카페가 아니었습니다. 롤링은 “내가 처음 펜을 들어 글을 쓰기 시작한 곳은 한 스포츠용품점 위의 임대주택”이라며 해당 임대주택의 모습이 담긴 구글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첫 벽돌이 놓인 곳은 클램퍼역 플랫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리포터의 백미 중 하나는 바로 운동경기 ‘퀴디치’입니다. 14명의 선수가 상대방 골대에 골을 넣어 점수를 따내는 마법사들의 스포츠죠. 롤링은 이 경기를 1991년 맨체스터의 한 호텔에서 구상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도서관 모델로 알려진 포르투갈 포르투 렐루 서점에 대해서는 “아름답고 가보고 싶긴 하나 그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롤링은 어릴 적 불치병에 걸린 어머니를 여의고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습니다. 한 회사에 비서로 취직했지만 해고를 당했고, 결혼해 딸 제시카를 낳은 뒤에는 남편의 폭행과 욕설에 시달리다 13개월 만에 이혼하기도 했죠. 정부의 생활보조금을 받았지만 유아용 탈의실에 비치된 기저귀를 훔치다 망신을 당했다고도 합니다.

롤링은 한때 우울증에 시달리며 극단적 선택도 생각했지만 끝까지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그 결과 해리포터는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1997년 1편이 출간된 이후로 전 세계에서 최소 5억 부가 팔려 77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일곱 권으로 구성된 해리포터 시리즈는 여덟 편의 영화로도 제작됐습니다. 롤링의 저작권 수입은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국의 높은 세금에 대한 질문에 대해 롤링은 “나는 사회복지제도에 빚을 졌다. 내 삶이 바닥을 쳤을 때 사회안전망이 추락을 막아줬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수년간 의료·아동 인권 관련 자선 활동에 최소 1억5000만 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롤링은 불행한 가정사로 인생의 밑바닥까지 경험하며 에든버러의 허름한 임대주택에서 세기의 역작을 창조해냈습니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빚어낸 인간 승리의 드라마라 할 만합니다. 우리나라에도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 박경리 문학관 등이 있지만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지는 아닙니다. 문학 분야에서도 한류의 바람이 불어 세계인의 발길을 맞이할 날을 기대해 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