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자폐의 특징을 따뜻한 마음으로 설명하는 이 말에는 자폐 연구에 30년을 바친 고윤주 루돌프연구소장(사진)의 생각이 담겨 있다. 자폐 증상의 특징은 소통 문제, 같은 행동 반복, 특정 감각에만 반응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자폐의 범위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거의 없는 경미한 증상에서부터 일상생활이 힘든 중증까지 광범위하다. 고 소장이 소통 문제를 자폐의 대표 특징으로 꼽은 이유는 광범위한 자폐 증상 기저에 공통적으로 소통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폐증을 가진 이들이 소통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몰라서 못한다는 것을 사회가 인식한다면 자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소장은 자폐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이 치료에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흔히들 자폐는 후천적, 환경적 요인이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선천적 요인인 유전자 변이 때문에 생긴다. 500∼1000개의 유전자 변이로 인해 뇌 발달 편차를 불러와 자폐로 까지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오래전에 나왔는데도 일반인들이 이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폐아를 가진 부모들은 자폐의 원인이 ‘냉정한 엄마, 아빠’에게 있다고 생각해 자폐를 인정하지 못하고, 적합한 치료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 소장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쾰른대에서 심리학 박사를 받았고, 캐나다 맥길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2005년 귀국 후 자폐 전문 연구 기관인 루돌프연구소를 설립하고 자폐 연구에 몰두해 왔다.
고 소장의 자폐 연구 성과는 자폐 치료 관련 재단인 미국 오티즘스픽스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자폐스펙트럼 장애 유병률 국제 공동 연구’에 담겨 있다. 그는 연구를 통해 희귀병으로 인식됐던 자폐 유병률이 100명당 2.64명으로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를 담은 ‘장애스펙트럼 장애 유병률’ 논문은 2011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역학 연구 분야 올해의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2012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이 지원하는 자폐스펙트럼 유전자와 틱 유전자 국제공동연구에도 한국 연구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
고 소장은 “자폐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자폐 문제 해결에 사회가 나서야 할 때”라며 “장애인을 위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지만 아직 장애인을 같은 인간으로 존중하는 마음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