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북 청도군 금천면 갈지리 복숭아 농장의 일손 돕기에 나선 이승율 청도군수(왼쪽)와 육군 50사단 군 장병들이 열매솎기 작업을 하고 있다. 청도군 제공
경북 청도군 청도읍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진종호 씨(52)는 27일 “곱게 영근 열매를 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나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그의 농장 7272m² 230그루에 달린 복숭아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진 씨는 원래 밝고 낙천적이지만 청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올 2월 중순부터 한동안 우울했다. 진 씨의 집은 확진 환자가 많았던 청도대남병원과 가까워 불안감은 더 컸다.
○ 코로나19 완치한 청정 도시 청도
청도 인구는 경북 전체 인구 265만1054명의 1.6%(4만2684명) 수준이다. 경북 전체 확진 환자 1336명의 10%인 142명이 감염되면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 격리는 436명에 이르렀고 1716명이 콧속 깊숙이 면봉을 찔러 넣는 진단 검사를 받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의 연속이었다.
청도가 봄을 맞았다. 3월 14일 마지막 확진 환자가 나온 뒤 75일째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달 21일에는 병원 치료를 받던 마지막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2월 19일 첫 확진 환자 발생 이후 93일 만이다.
청도 주민을 비롯해 청도군이 똘똘 뭉쳐 난관을 이겨냈다. 특히 주민들은 전례 없는 위기에서 새마을운동 발상지다운 높은 공동체 의식을 발휘했다. 새마을운동 초창기처럼 다함께 내 집 앞을 치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청도군은 2월 26일 전국 최초로 읍면 가가호호마다 동시 방역 소독을 실시했다. 이후 매주 수요일을 일제 방역 소독의 날로 지정해 도시 전체를 방역하고 있다.
주민 불안감을 줄이는 심리 방역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청도군은 2월 말 전체 주민 4만2000여 명에게 마스크 4장씩을 배부했다. 또 지역 내 임산부가 있는 93가구에는 마스크 10장을 추가로 나눠줬다.
○ 민관 합심해 ‘포스트 코로나’ 준비
청정 도시 청도를 회복한 주민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외치며 경기 회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진 논밭에서는 주민들끼리 의기투합한 ‘일손 품앗이’가 한창이다.청도 특산품인 복숭아와 대추 마늘 제철이 다가온 가운데 청도군은 11일부터 지역 군부대와 시민단체 지역 대학생들이 일손 돕기에 나서고 있다. 이승율 청도군수를 비롯해 군 소속 공무원들도 업무 시간을 조절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일손 돕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1500여 명의 일손 돕기 참여자가 복숭아 적과와 대추 순치기, 마늘종 뽑기 등 작업을 도왔다. 경북대 건축학부(3학년)를 다니는 김채연 씨(23·여)는 “농촌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봤다. 대학생이라 금전적으로는 도움을 주지 못해도 일손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왔다”고 말했다. 청도군과 주민들은 지역 상권 살리기에도 적극적이다. 청도군은 경북도 재난긴급생활비를 받지 못한 군민들에게 청도형 재난생활안정자금 10만 원을 25일부터 지급하고 있다. 주민들도 상인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었다. 군청 주변 중앙슈퍼 업주 이성순 씨(75·여)는 “근처에 확진 환자가 많이 나온 대남병원이 있어 두 달 이상 매출이 없어 힘들었다. 최근 주민들이 대형마트에 가지 않고 일부러 찾아와 참 고맙다”며 웃었다.
청도군은 산 좋고 물 좋은 청정 고장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하반기 다양한 축제를 연다. 8월 미스경북선발대회를 시작으로 9월 지역 대표 축제인 새마을 환경대축제와 10월 청도 반시축제, 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청도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 군수는 “청도의 코로나19 극복과 방역 사례가 널리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울러 청도에 도움의 손길을 아낌없이 내밀어준 국민들에게 지역민을 대표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도=장영훈 jang@donga.com·명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