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로 발사 연기된 유인우주선 스페이스X ‘우주탐사 스타일’ 눈길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에 탑승한 우주인들이 계기판을 조작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2년여가 흐른 28일(한국 시간) 스페이스X는 9년 만에 미국 땅에서 유인 우주비행을 시도했다. 한국 시간 28일 오전 5시경 이뤄질 예정이던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발사 미션 ‘데모-2’는 발사 16분 전 기상 악화로 이틀 뒤인 30일 새벽으로 연기됐다. 데모-2 미션은 2011년 이후 우주인을 보낸 적 없는 미국이 민간 우주기업과 함께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는 역사적인 발사다. 민간 우주기업 시대 개막과 달·화성 유인 탐사의 ‘미리 보기’란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기상 악화로 연기됐지만 우주선 ‘크루 드래건’에 탑승할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입는 우주복과 크루 드래건 내부 인테리어, 우주비행사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대까지 이동하는 테슬라 차량 등은 발사 성공 여부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다. 2년 전 스타맨을 우주로 보내며 탁월한 대중적 감수성을 뽐냈던 머스크가 유인 우주비행에서도 완전히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우주 개발 시대의 전환을 상징하는 동시에 민간 우주 개발에 걸맞은 브랜딩 전략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이스X가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공개한 크루 드래건 인테리어는 마치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실내 세트와 유사하다. 매끈하게 생긴 인체공학적 의자 앞에는 비행기나 우주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잡한 조작 레버 대신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우주인 헐리와 벵컨이 입는 우주복은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정도다. 기존 우주복에서 볼 수 있었던 산소 호스나 통신 장비 등은 자취를 감췄다. 턱시도를 떠올리게 하는 말끔한 ‘슈트’로 NASA가 그동안 디자인한 투박한 우주복과 달리 유려한 디자인을 뽐낸다.
스페이스X의 우주복은 흰색을 기본으로 옆구리에 검은색 라인을 넣었다. 쇄골에서 무릎까지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부츠는 마치 ‘슈퍼 히어로’를 연상시킨다. 우주선 밖에서 입는 우주복이 아니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나 냉각 시스템, 통신 기능을 갖출 필요가 없어 말끔하면서도 영화에 등장하는 히어로와 같은 모습이다.
우주인이 발사대로 이동하는 장면도 확 달라졌다. 지난 30년간 발사대로 이동할 때 에어스트림의 소형버스를 개조한 ‘애스트로밴’을 타는 게 전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X’에 탑승한다. 개조된 모델X는 우주인이 공간의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각각 흰색과 검은색의 모델X에 탑승해 9마일(약 14.5km)을 이동한 뒤 상부는 흰색, 하부는 검은색으로 디자인된 드래건 캡슐에 오른다. 2년 전 전기차 로드스터에 탑승한 마네킹 스타맨을 연상케 한다.
영국 BBC는 스페이스X의 이번 발사 풍경에 대해 “모든 세부사항이 완전히 현대적인 ‘화장’을 했다”고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있으며 상용화된 우주비행 시대가 올 것을 상징하고 우주복, 전기차, 우주선까지 모든 브랜드의 확장 기회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