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의혹 해소 공개 시연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전투표 및 개표 공개 시연회’에서 투표지 분류기를 분해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일각에서 제기됐던 투표지 분류기를 이용한 개표 결과 조작 의혹 등을 직접 설명했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질의 응답을 포함해 약 2시간 55분 동안 진행된 이날 공개 시연회에는 선관위 직원 45명이 참여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의혹 제기로 선관위가 공개 시연회를 연 것은 18대 대선 관련 의혹이 제기된 2013년 1월 이후 7년여 만이다.
시연회는 선관위의 보안체계 설명→사전 투표→개표 작업→선거장비 분해→질의 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직원들이 투표자, 선거참관인, 개표인원 등의 역할을 하며 투·개표 과정을 직접 보여줬다. 총선 후 제기됐던 각종 핵심 의혹에 선관위는 어떻게 해명했을까.
①투표지분류기가 기표되지 않은 투표지를 1번 후보자 득표로 분류했다는 주장
우선 기표란에 도장이 찍히지 않았는데도 투표지분류기가 1번 후보자 득표로 분류한 투표용지 사진을 보여주며 조작의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유권자가 기표란이 아닌 후보자의 이름, 기호, 소속 정당 칸에 도장을 찍어도 해당 후보의 득표로 분류된다. 선관위는 이런 경우를 상황별로 시연하며 이 같은 의혹을 반박했다.②투표지분류기와 심사계수기에 부착된 무선통신장치로 개표 조작했다는 주장
선관위는 이날 개표 장비들에 무선통신장치가 없음을 보여주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각종 장비들을 분해했고, 대조군과 비교하며 부품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개표 장비엔 무선 랜카드 등 통신장비는 없었다.③중국인을 개표사무원으로 위촉해 여당에 유리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주장
중국인 개표사무원 사례는 실제 있었다. 서울 은평구선관위에 개표사무원 총 542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62명은 지역 의용소방대원이었다. 그 가운데 1명이 한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 중국 국적자였던 것.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영주권자가 개표사무원으로 참여한 것이 선거 부정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④사전투표 장비에 중국 화웨이 제품을 사용해 중국으로 데이터가 전송된 뒤 조작됐다는 의혹
선관위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조달청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LG유플러스에서 선거용 유·무선통신장비를 사들였지만 화웨이 장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사전투표통신망은 인터넷과 단절된 폐쇄망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외부로 나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 의혹을 제기한 2명은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⑤사전투표용지에 있는 2차원 바코드(QR코드)에 개인정보를 담아 관리했다는 주장
공직선거법에 따라 사전투표용지에 표시된 2차원 바코드엔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선관위명, 일련번호 등 4가지 정보를 담는다. 1차원 막대형 바코드는 숫자 1처럼 보여서 1번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어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2014년부터 QR코드를 사용했다. 중앙선관위는 법에 규정된 정보 외에는 다른 정보는 포함될 수 없다고 밝혔다.이날 선관위는 이상의 5개 의혹을 포함해 36개에 달하는 의혹을 반박했다. 하지만 일부 미흡한 관리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리시선관위의 남은 투표용지 6장 분실 사건이 대표적이다.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에 임시 보관했던 투표용지가 도난당한 사건으로 선관위는 해당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
빵 상자에 투표지를 보관한 것도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혹 제기자들은 투표지 일부가 빵 상자에 보관된 사진을 유포하며 부실한 선거 관리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선관위에서는 사전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투표지 보관 상자가 부족해졌고, 개표사무원에게 간식으로 제공한 빵 상자를 투표지 보관 상자로 대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 위반은 아니지만 투표지 보관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던 미래통합당은 이날 선관위의 시연회에도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통합당 민경욱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구리시 선관위 투표용지 6장을 자신에게 건네준 참관인 이모 씨를 공개하며 개표조작 주장을 이어갔다. 민 의원은 선관위 시연회를 두고 “시연 자체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일주일 전에 음주운전 한 것을 재연한다는 것과 같다”며 “사실상 셀프 음주 측정”이라고 주장했다.
과천=김준일 jikim@donga.com / 윤다빈·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