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제 위기]22년만에 마이너스 성장 위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0.50%로 낮춘 배경과 성장률 전망치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비관적 시나리오에선 마이너스(―)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것.”(5월 28일)
한은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역성장’의 암울한 전망을 꺼내든 것은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 경제가 받은 충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은은 경기가 단기간 내 강하게 반등하는 ‘V자 회복’에 대해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시장에선 한은이 앞으로 금리뿐만 아니라 국채 매입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역성장 직면
한은은 민간소비가 올해 1.4% 감소하고, 상품 수출(―2.1%)과 수입(―0.2%)도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수 타격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연간 3만 명에 그칠 것으로 봤다. 물가 상승률도 연간 0.3%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일찌감치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2%,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각각 ―1.5%와 ―1.2%를 제시했다. 다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0.2% 성장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수적인 한은이 시장의 전망을 수용해 성장률을 대폭 낮춤으로써 그만큼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위기감이 시장에 확실히 전달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내년에는 잠재성장률(2.0%)보다 높은 3.1%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올해 역성장 때문에 나타나는 숫자이지, 빠른 속도의 회복세나 V자 모양의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 쓸 수 있는 카드 다 쓴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춘 것도 현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에서 0.25%포인트 낮추며 사상 최저인 0.50%로 하향 조정했다. 회의에서 제척된 조윤제 금통위원을 제외한 위원 6명 전원이 금리 인하에 찬성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했다. 실효하한은 금리를 낮춰도 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실질적 금리 하한선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 만큼 다 낮췄다는 의미다.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3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낮춘 ‘빅 컷’을 단행한 만큼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여기에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비우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매입할 특수목적법인(SPV) 가동 등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럼에도 기준금리를 낮춤으로써 한은이 위기에 선제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건혁 gun@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