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 전 수사 관여한 혐의 등 수사기록 열람·등사 미진해 재공전 검찰 "수사 진행 방해 아닌지 유감" 송병기 측 "검찰, 별건수사만 집중" 法 "별건수사 별개, 일단 본건 진행"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관련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재판이 수사기록 열람·등사 미진을 이유로 또 공전됐다.
검찰은 관련 수사가 계속되기 때문에 열람·등사가 어렵다고 밝히면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계속 불응하고, 현직 경찰들이 조직적 거부를 하고 있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을 막고 수사 진행을 방해하는 것 아닌지 유감”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비서관과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백 전 비서관 등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후 열린 이날 준비기일 역시 열람·등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재판은 재차 공전됐다. 검찰에 따르면 서류 목록과 각 피고인의 진술조서는 교부가 완료됐지만, 여전히 열람·등사는 완료되지 않았다.
검찰은 “증인 보호 필요성과 증거인멸 염려, 관련 수사 장애를 고려해 신속히 열람·등사를 허용할 예정”이라며 “다만 현재 기소된 피고인들과 관련된 공범 등의 수사가 진행 중인데 중요 참고인·피고발인 다수가 현재 소환에 불응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송 전 부시장은 기소된 건 외에 다른 사건에서도 피의자 신분”이라며 “지난 11일부터 검찰 출석을 요구했는데 불응하거나 전화를 받지 않다가 변호인을 통해 개인 일정을 이유로 다음달 중순부터 출석이 가능하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건에서 계속 수사 중인 경찰관들 다수는 특별한 사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고 있어 현재 상황을 보면 출석을 조직적 거부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며 “부득이 본청 등에 공문을 보냈지만 업무에 바빠 안 된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전 부시장 측 변호인은 “모든 피고인은 기본적으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며 “기록만 3만쪽이고 조사자가 100명가량이어서 증거 인부 결정을 위해 상당한 검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자 진술조서를 부동의할 가능성이 크고, 그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면 재판이 매우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이 명명하는 ‘송병기 업무수첩’에 대한 증거를 검찰이 이미 사본까지 확보했으므로 증거 가환부를 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 사건 관련 별건 수사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 없다면 피고인들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이른 시일 내 열람·등사를 해야 한다”면서 “열람·등사가 지체될수록 무리한 수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검찰의 추가 수사가 있겠지만 본건 관련된 것은 조속히 해달라”며 오는 7월 말까지 열람·등사를 모두 허용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검찰도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향후 기소할 경우 본건과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본건과 향후 기소 예정인 사건은 증거 대부분이 공통되고, 증거 분량이 방대해 병합해 심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전 비서관 등의 3차 준비기일은 오는 7월24일 오전 10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증거 인부까진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열람·등사 상황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백 전 비서관 등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첩보 작성과 수사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1월 백 전 비서관 등을 기소한 후 4월 총선 영향을 우려해 남은 수사를 총선 뒤로 미뤘고, 현재도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 사이 이 사건 피고인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은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이 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