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향해 “지금이라도 사죄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일문일답에서 “이용수 할머니에게 제가 배신자가 돼 있는데 1992년부터 30년 가까이 같이 활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고, 배신자라고 느낄 만큼 신뢰를 드리지 못했다는 것은 지금이라도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할머니께 사과 말씀을 드리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이미 변명에 불과하다는걸 깨닫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할머니께 제 마음을, 진심을 전하는 노력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불법 운용 의혹 등을 폭로했다. 이후 정의연 이사장을 지냈던 윤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윤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를 직접 찾아가 용서를 빌었지만, 이 할머니는 ‘용서’를 언급하지 않고 “25일 열릴 추가 기자회견에 오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을 기자회견에 부른 이유에 대해 “배신자와 배신당한 사람이 한 자리 있어야 옳고 그름을 밝힐 수 있다”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25일 기자회견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12년 총선에 출마하려했던 이용수 할머니를 만류한 녹취록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서는 “제가 특별히 말렸다기보다는, 녹취가 있어 기사로 실렸다는 걸 며칠 전에 접해서 알았다”며 “당시 상황은 정확하게 기억할 순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거리에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전화를 했고 그 목소리를 통해 만류했다고 기사가 나오고 있다. 구체적 정황은 사실 기억이 안 난다. 당시 할머니가 진짜 국회의원을 하고자 한다고 받아들이지 않고 쉽게, 별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이 할머니를 찾아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할머니에게 용서를 구할 생각”이라며 “할머니가 만나주신다면”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과 피해 할머니들의 기대와 응원에 부합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도 기부금 유용 등 정의연 관련 의혹과 부동산 매입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의원직을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