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요괴도감’ 쓴 고성배 작가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당신은 덕후인가.
“아니다. 다만 어렸을 때 ‘덕후 같다’는 말은 들었다. 뭔가 꽂히면 갑자기 은연중에 ‘로봇대백과’ 같은 옛날 아동서적이나 장난감 등을 모았다. B급 감성이라고나 할까.”
“1980년대 ‘요괴대백과’라고 일본책을 무단 복제해 번역도 엉망인 책이 있었는데 재미있었다. 지난해 ‘한국요괴도감’을 냈는데 초판 3000부 등 3쇄를 찍었다. 동양으로 넓혔다. 이런저런 요괴를 뭉쳐놓고 보니 새로운 규칙성을 찾게 돼 재미있었다. 아카이빙의 매력이다.”
동양요괴도감에는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이란 이라크 등의 요괴 278종이 소개돼 있다. 요괴 일러스트레이션은 고 씨가 직접 그렸다.
―나라마다 요괴는 어떻게 다른가.
“중국은 뱀 사슴 호랑이같이 있을 법한 생물이 많다. 일본은 혼이나 영(靈)이 사물과 합쳐져 잔혹한 것이 많다. 한(恨)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 요괴는 별로 무섭지 않다.”
“평소에 만나지 못하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바람이 있다. 비현실적인 것을 통해 현실감을 채운다고나 할까. ‘요새같이 머리 아플 때 이런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보면 환기가 된다’는 피드백도 있다.”
―요괴는 정말 서브컬처 장르 아닌가.
“어린이들이 즐겨 보는 ‘신비아파트’에는 한국적 요괴가 많이 나오는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서브컬처가 더 이상 서브(sub)가 아닌 것 같다.”
―이 책이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나.
―원래부터 작가를 꿈꿨나.
“건축학을 전공해 건축사무소에서 일했는데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건강도 좋지 않았다. 그만두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2014년 독립출판을 시작했다. 지금은 창작자, 편집자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괴물이 아니더라도 아카이빙은 하고 싶다. 잊혀져 가는 것을 꾸준히 모아 이야기하다 보면 생명력을 얻게 되지 않을까. 저에게는 그리움인데 요즘 세대에게는 새로움이지 않나.”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