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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개인계좌 모금’ ‘아버지 쉼터 채용’ 두가지만 사과했다

입력 | 2020-05-30 03:00:00

[윤미향 회견]잠적 11일만에… 알맹이 없는 회견




땀 흘리는 윤미향 21대 국회 개원 전날인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면서 땀을 닦고 있다. 윤 당선자는 기자회견 내내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이용수 할머니가 7일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의원 사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18일 라디오 인터뷰 이후 11일 만인 29일 윤 당선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의 의혹을 해명했다. 윤 당선자는 “믿고 맡겨 주신 분들께 깊은 상처와 심려를 끼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하지만 40여 분 동안의 기자회견 내내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8차례 이상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모금한 것과 아버지에게 안성 쉼터 관리를 맡긴 것 등 두 가지 의혹만 사과했다.
○ 기부금 모금 방식 사과, 사용처엔 “문제없다”
윤 당선자는 먼저 법인 계좌가 아닌 자신의 개인 계좌를 이용해 기부금을 모았다는 의혹에 대해 “크게 문제의식이 없었다. 안이하게 행동해 죄송하다”고 했다. 기부 방식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은 시인했지만 기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윤 당선자는 “개인 계좌 4개로 모금활동 9건을 펼쳐 모은 2억8000여만 원 중 2억3000만 원을 모금 목적에 맞게 썼고 나머지 5000만 원은 정대협 사업에 썼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또 “계좌 이체를 하면서 적요란에 이체 이유를 거의 모두 부기해 놓았고, 각 거래 내역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만약 윤 당선자가 기부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횡령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윤 당선자는 “(검찰에) 고발된 사실 중 하나이므로 구체적으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세히 소명하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 주택 자금 출처에 “급여 받으면 저축하는 습관”
기부금을 본인과 가족들의 명의로 아파트와 빌라 5채를 구매하는 데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윤 당선자는 “정대협 활동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개인 계좌와 정대협 계좌가 혼용된 시점은 2014년 이후이고 아파트를 경매로 취득한 시점은 2012년이라는 것이 근거였다. 하지만 개인 계좌로 모금 활동을 한 대목을 설명하면서 윤 당선자는 “최초 모금은 2012년부터 이루어진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나비기금’이었다”고 설명했다. 2012년 개인 계좌로 받은 기부금이 2012년 3월 아파트 경매 구입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정대협 자금을 이용해 딸을 연간 1억 원 정도가 드는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 윤 당선자는 “유학 자금은 대부분 남편의 형사보상금과 손해배상금인 2억4000만 원으로 썼고 부족한 비용은 저와 가족들 돈으로 충당했다”고 했다. 하지만 딸이 미국 유학을 간 시점은 2016년이고 남편이 보상금을 받은 시점은 2018년이어서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주택 자금과 딸의 유학비를 마련한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윤 당선자는 “급여를 받으면 저축하는 오랜 습관이 있다”며 “조금이라도 안정된 삶을 꿈꾸기 위한 최소한의 생활 방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연, 원고, 책 인세 등 특별수입은 기부했다”고 했다.
○ 안성 쉼터 의혹은 기존 주장 반복
정대협이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윤 당선자는 “당시 주택 소유자가 건축비가 평당 600만 원이 넘는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지어졌고 토목 및 건축공사에 총 7억7000만 원이 들었다면서 9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주택 소유자가 2010년 안성시에 신고한 건축비는 총 7673만 원에 불과하다.

안성 쉼터는 매입가의 56% 수준인 4억2000만 원에 팔려 ‘헐값 매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당선자는 “매물로 내놨지만 5년째 매수 희망자가 없어 어렵게 성사된 계약을 더 미룰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아버지를 쉼터 관리인으로 지정하고 인건비를 지급한 것에 대해서 윤 당선자는 “잘못됐다”고 했다.

김소영 ksy@donga.com·강성휘·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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