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길어지며 등산객 늘어… 주말 북한산, 작년 대비 35% 증가 월요일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 100L 봉투 4개 치우니 허리 뻐근 “고맙다” 등산객 인사에 피로 풀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서울 인근 산과 공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무단 투기한 쓰레기가 급증한 탓이다. 본보 기자(왼쪽)가 서울 종로구 북악산공원관리소 관계자들과 함께 직접 북악산로 일대를 돌며 쓰레기 수거 작업에 참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종로구의 협조를 받아 12일 북한산과 이어진 북악산 일대 산책로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에 참여해 봤다. 업무는 이날 오후 2시 종로구 부암동 창의문 부근 쉼터에서 시작됐다. 작업자는 기자와 임재찬 관리반장, 기간제 근로자 등 모두 7명. 평소 평일에는 6명, 주말에는 1명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쓰레기를 수거하고 훼손된 울타리(난간) 계단 등을 보수하거나 잡목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이날은 쓰레기만 수거하기로 했다. 각자 100L짜리 종량제 봉투와 큰 집게를 양손에 쥐고 인도와 차도를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일이었다. 쉽게 생각했지만 작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 금연구역인 산에 담배꽁초가 가장 많아
산책로 주변 쓰레기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산책로 양옆에 일회용 종이컵부터 마스크, 우산, 휴지, 과자봉지, 피자 박스 등이 버려져 있었다. 북악산 경사로 부근에선 사고가 난 듯 깨진 승용차 범퍼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고 수풀 속에선 콘돔까지 눈에 띄었다. 500m 남짓 걸었을 때엔 이미 100L 종량제 봉투가 묵직해졌다.10년째 이 지역 관리를 맡고 있는 임 반장은 “가끔 집에서 가져온 음식물 쓰레기를 검은 봉투에 담아 도로변에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요즘처럼 꽃이 피는 시기에는 잘 모르지만 겨울이 되면 산 쪽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가득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가 가져온 쓰레기는 내가 가져간다는 국민의식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관리원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골칫거리다. 도로변은 물론이고 수풀 속에 버려진 쓰레기를 찾느라 한참을 머물러야만 했다. 한 기간제 근로자는 “눈에 보이는 곳에 버리면 청소하기라도 편할 텐데 술래잡기하듯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쓰레기를 버려 수거하기도 어렵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월요일은 쓰레기 산더미
오후 4시 반, 종로구와 성북구가 맞닿은 하늘교 입구에 도착하자 작업은 마무리 됐다. 3.5km 남짓한 구간에서 수집한 쓰레기 양은 100L 봉투 4개 분량. 큰 집게로 쓰레기를 집어 봉투에 담는 작업을 반복한 탓에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고 팔은 저렸다. 관리사무소는 관내에 북악산 인왕산 북한산과 평창동 부암동 청운동 지역의 크고 작은 공원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에게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날은 월요일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주말 근무자가 적어 월요일이면 산과 공원 주변에서 수거해야 할 쓰레기 양이 100L짜리 종량제 봉투 10개를 넘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방문객들이 화장실에 버린 쓰레기로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을 때도 있다.
이날 작업의 마지막 현장인 하늘교 앞에서 쓰레기를 담은 봉투들을 정리하는 동안 지나치던 한 등산객이 “여러분 덕분에 산이 깨끗해진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땀을 식히던 기간제 근로자는 “고된 일상이지만 이런 인사를 들을 때면 보람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뻐근하던 기자의 허리가 조금은 펴지고, 저리던 팔의 통증도 조금은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