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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가장 쉬운 운동이지만 무작정 달리면 안되는 이유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0-05-30 14:00:00


김동호 소장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 연구소에서 신발 안창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무작정 달리면 발이 망가집니다.”

김동호 한국인체공학신발연구소 소장(61)은 ‘발 박사’로 통한다. 직접 달리면서 발의 움직임을 연구해 기능성 안창을 만들고 있다. 27일 서울 도림천공원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까지 42.195km 풀코스를 무려 637회 완주했다. 2004년 6월 첫 풀코스를 완주한 뒤 16년이 지났으니 1년에 평균 약 40회를 달리며 발을 연구하고 있다.

김동호 소장(왼쪽)이 한 마라톤 대회에서 ‘봉달이’ 이봉주를 만나 함께 포즈를 취했다. 김동호 소장 제공.



“2004년 6월 무작정 마라톤 풀코스를 달렸다. 30km 지점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아파 달릴 수 없었다. 걸어서 5시간1분12초에 간신히 완주했다. 그 때 내 몸의 균형이 깨져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았다.”

학창시절 운동하다 다친 왼쪽 좌골 탓에 강한 운동을 하지 못했는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며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한 것이다. 구두회사(엘칸토)연구소에서 일하며 발 교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던 때였다. 일상생활 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다친 왼쪽 좌골 때문에 몸이 비틀어져 있었고 왼쪽 다리 근육의 힘이 오른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무릎에 통증이 온 것이다. 그는 “걸어서였든 풀코스를 완주하니 새 세상이 펼쳐졌다. 자신감도 얻었고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달리면서 연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11월 중앙마라톤에서 3시간28분15초를 기록해 보스턴마라톤 출전 자격을 획득했고 2006년 보스턴마라톤을 완주했다.

풀코스를 60회 정도 완주하면서야 몸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빨리, 그리고 천천히 완주하며 몸 상태를 체크했고 약한 부분 근육을 키우면서 밸런스를 맞춘 것이다. 그리고 2006년 연구소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발 연구에 들어갔다.

김동호 소장(왼쪽)이 한 여성에게 발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달리며 내 몸의 변화도 체크했지만 다른 사람들 몸도 유심히 관찰했다. 마라톤 풀코스 150회 이상을 달린 사람이면 대부분 엄지발가락이 변형하는 무지외반증이 생겼다. 엄연하게 장애임에도 장애인지 모르고 있었다. 발의 뼈는 고르게 힘을 써야 변형이 생기지 않는다. 아치가 무너져 특정 부위의 힘을 많이 쓰면 그 부위 근육이 발달해 비해지며 기형이 생긴다. 이를 막아줘야 오래 달릴 수 있다.”

김 소장은 많이 달리다보면 체중에 의해 발의 아치가 무너지는데 아치를 무너지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한다. 그는 “발은 우리 몸에서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한다. 아치를 보정해주면 좋다는 논문도 많이 있다. 평발도 아치를 만들 수 있다. 틀어진 것도 잡아줄 수 있다. 그런데 10명 중 2,3명만이 교정 받는다. 일상생활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달리려면 교정하면서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능성구두를 신고 풀코스를 6회 완주하기도 했다. 발의 구조와 신발의 인체공학적 설계를 위해서였다. 김 소장은 “난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 판단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를 포함해 다양한 임상실험 결과 아치를 지지해주는 안창을 신었을 때 발이 원래의 모양을 하고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호 소장(오른쪽)이 2006년 제110회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한 뒤 포즈를 취했다. 왼쪽은 당시 함께 출전한 이경두정형회과 이경두 원장. 이 원장은 풀코스를 703회 완주했다. 김동호 소장 제공.



김 소장은 유명 선수들에게도 안창을 만들어 공급한다. 아치가 무너져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게 지지해줘야 선수생명을 더 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 8월 100회, 2010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3시간25분11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200회를 완주했다. 2012년 5월 300회, 2015년 3월 400회, 2017년 3월 500회, 2019년 11월 600회 완주의 금자탑을 쌓았다. 울트라마라톤 100km 20회, 200km와 308km도 각 1회 완주했다. 그는 요즘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풀코스를 2회 완주한다. 공원사랑마라톤에서 수요일과 토요일 달리고 있다. 공원사랑마라톤은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 새벽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다. 개별적으로 칩을 달고 출발해 완주하면 기록증을 바로 준다.

“교수(지난해까지 오산대 신발산업학과 교수)로 수업을 하고 연구 및 제작을 하다보면 하루 10시간 넘게 서서 일한다. 그래서 따로 운동하긴 힘들다. 매주 풀코스를 2회 달리는 게 건강을 위한 것인 셈이다. 하지만 무릎과 발가락 등 달리는데 필요한 부위의 근육을 키우는 보강훈련은 꾸준히 하고 있다.”

김동호 소장은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달리면 마라톤은 최고의 건강 스포츠”라고 강조한다. 김동호 소장 제공.



김 소장은 달리기가 가장 쉽지만 쉽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작정 달리면 안 된다. 힘 좋다고 무리하게 달리다보면 탈이 난다. 바른 자세로 걷다가 속보로 걷고 그리고 달려야 한다. 그래야 달릴 수 있는 근육이 발달한다. 42.195km는 바른 자세로 달려도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어떻겠나? 바로 무릎, 발, 고관절 등에서 통증을 느낀다. 상체도 마찬가지다. 한쪽으로 치우쳐 달리면 허리는 물론 하체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가능하다면 지도자의 지도를 받아 바르게 달려야 평생 달릴 수 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체력 좋고 힘 좋다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달리지 못하는 이유가 잘못된 자세로 달리기 때문이다. 김 소장 보다 먼저 시작해 풀코스를 700회 800회 완주한 사람들이 어느 순간 달리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봤단다.

“욕심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을 보강하는 훈련도 중요하다. 또 어디가 불편하면 자세가 잘못된 것이니 꼭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바로 잡아야 한다.”

김동호 소장은 서울 도림천공원에서 열리는 공원사랑마라톤에서 매주 2회 씩 풀코스를 달리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김동호 소장 제공.



김 소장은 당초 풀코스를 100회만 완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을 연구하며 달리는 자세까지 바로 잡으니 600회를 훌쩍 뛰어 넘어도 몸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김 소장이 추천하는 보강운동은 무릎 굽히기와 발꿈치 들기(Heel raise). 무릎 굽히기는 웨이트트레이닝의 스쿼트 같이 하는 게 아니라 가볍게 10~20cm만 굽히는 것을 하루 1000회 이상 하는 것이다. 무릎 주변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발꿈치 들기도 장딴지 근육을 키우는 캐프레이스(Calf Raise)처럼 하지 않고 살짝 뒤꿈치만 들어 발가락 근육을 고르게 발달시키는 훈련이다. 발꿈치 들기도 하루 1000회 이상 해야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소장은 “굳이 운동 시간을 정해 좋지 말고 시간 날 때 100~200회 하루 1000회 이상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브스리(풀코스를 3시간 안쪽으로 달리는 것)를 하는 사람들은 타고 나야 한다. 그냥 운동 삼아 즐기면서 달리는 게 가장 좋다. 사실 나도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제대로 훈련했으면 서브스리를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랬다면 지금 달리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무리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100세 시대 제일 오랫동안 버틴 사람이 강한 것 아닌가. 무리하다 평생 못 달리면 얼마나 억울한가?”

김동호 소장은 달리면서 발을 연구하고 있다. 김동호 소장 제공.



김 소장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풀코스는 달려봤으면 좋겠다. 건강에 좋고 완주하면 자신감도 생긴다. 무리하지 않으면 최고의 건강 스포츠가 마라톤이다. 1km를 7분30초 페이스로 달리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권유로 마라톤에 빠진 사람들이 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게 마라톤’이라고 한다. 이제 100세는 물론 그 이상도 살 수 있는 시대다.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달리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