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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슬 이어 ‘서울왔어효’까지…부캐, 예능 넘어 가요계 들썩

입력 | 2020-05-31 10:01:00

김신영 부캐 다비 이모, 트로트계 괴물신인
마미손 다시 회자…아이돌계로 번질 조짐도




‘오늘 놀기로 작정’한 가수 이효리 ‘부캐’(부캐릭터) ‘서울왔어효’.

MBC TV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최근 예능계와 가요계를 동시에 뒤흔들고 있다. ‘국민 MC’ 유재석의 부캐릭터인 트로트가수 ‘유산슬’로 세상을 들썩거리게 만들더니, 유재석에 ‘깡 신드롬’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 솔로 톱 가수 이효리가 뭉치는 전무후무할 혼성그룹 결성을 예고했다.

30일 오후 방송에서 제주에서 동물학자 제인 구달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효리가 왕년의 전성기를 재현하며 주목 받았다. 온라인에서는 이효리의 부캐 ‘서울왔어효’가 탄생했다며, 반기고 있다.

예능계뿐만 아니라 가요계까지 뿌리내리려는 ‘부캐 열풍’이 심상치 않다. 부캐는 부(副)캐릭터의 줄임말로 이젠 하나의 현상이다. 본캐(한 인물의 원래 캐릭터)를 넘어서는 인기를 얻고 있다.

부캐를 붐엄시킨 주인공은 단연 유재석이다. 요즘 아동, 청소년들은 유재석을 ‘국민 MC’가 아닌 ‘유산슬 아저씨’로 기억한다. 이뿐만 아니다. 유고스타(유재석+링고 스타) 유르페우스(유재석+오르페우스), 라섹(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 등 유재석 부캐는 여전히 확장 중이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부캐는 개그우먼 김신영의 ‘둘째이모 김다비’. ‘사이다 트로트’로 통하는 데뷔곡 ‘주라 주라’로 ‘트로트계 괴물신인’으로 불리며 예능은 물론 음악방송까지 섭렵하고 있다. 김신영의 둘째 이모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하며 이미 부캐로 확연히 자리잡았다.

앞서 가요계에서 부캐의 세계관을 설정한 대표적인 예는 래퍼 매드클라운의 ‘마미손’이다.

2018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에 고무장갑 색인 핑크빛 복면을 쓰고 출현한 마미손은 힙합 팬들로부터 매드클라운이라고 지목 당했으나,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제 마미손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중은 기꺼이 매드클라운의 역할 놀이에 동참, 부캐세계관 설정에 기여하고 있다. 마미손은 지난해 11월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인기를 끈 ‘카피추’도 대표적인 인기 부캐다. 그의 정체는 모두 알다시피 MBC 공채 출신 개그맨인 추대엽이다. 그는 카피추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서 잘 알려진 히트곡을 조금씩 비트는 패러디로 네티든들의 지지를 얻었다.

확연한 부캐는 아니지만,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는 자신의 솔로 믹스테이프를 발매할 때 ‘어거스트 디’라는 또 다른 예명을 사용한다. 예전에 슈가가 가사에 썼던 ‘DT 슈가(Suga)’를 거꾸로 배열한 것이다. DT는 슈가의 고향인 대구, 즉 디 타운(D Town)을 가리킨다.

그만큼 자기 내면에 골몰할 수 있어 ‘자기 고백적’이다. 일곱 명이 함께 하는 방탄소년단 멤버로서 드러내지 못한 고뇌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매년 새해 트렌드를 예상해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핵심 키워드’로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가면을 바꿔 쓰듯, 매순간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변신하는 다층적 자아를 가리킨다. 본래 페르소나는 그리스 고대극에서 배우들이 사용하던 가면을 지칭했다.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정체성을 드러내고 부계정을 여러 개 만드는 요즘 ‘멀티 페르소나’, ‘부캐’는 사실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다음 카페’가 태동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한 ‘아이디’나 싸이월드 전성기 시절 ‘아바타’도 따지고 부캐 개념이다. 지금 세대에게는 온라인 게임 용어로 이미 자리잡은 개념이다.

부캐는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캐의 스펙트럼을 자연스럽게 넓히는 계기가 돼 한동안 가요계에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요계 관계자는 “현재 트로트 위주로 부캐 캐릭터가 형성되고 있지만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아이돌에게도 부캐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면서 “현재 아이돌 기획사에서 몇몇 멤버들과 부캐를 만들려고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안다. 기존 아이돌이 보여주지 못한 참신한 모습을 선보이면, 팀 자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