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한반도 어류자원
국립수산과학원이 제작한 남해안 어류자원도 포스터(왼쪽).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낚시에 실패한 배우 유해진은 이 포스터를 보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짓는다. 국립수산과학원·tvN 제공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해진의 빈손이 낚시 실력과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방송에 등장하는 어류자원도에 이름을 올린 어류 가운데 상당수가 남해안에서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의 어류자원이 변화하면서다. 삼시세끼의 촬영 장소인 전남 완도군 노화읍 죽굴도도 예외는 아니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관은 이런 연근해 어획 분포와 기후변화에 따른 자원 변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다. 강 연구관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한국을 통과하는 쿠로시오 난류의 유속과 유입량이 증가했고 저층 냉수가 남쪽으로 밀리면서 어종이 바뀌고 있다”며 “난류성 어류의 북방 한계가 더욱 올라가고 있으며 한류성 어류의 남방 한계는 더욱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나탕 르누아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팀은 지난달 25일 선호하는 온도 대역의 서식지를 찾기 위해 해양 생물이 육지 생물보다 약 6배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해양 생물이 육지 생물보다 온도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반도 주변 바다는 전 세계적으로도 표층수온 상승 정도가 높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2018년 6월 통계청이 발표한 ‘기온변화에 따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17년까지 50년간 한국 연근해역 표층수온은 약 1.12도가 올라갔다. 반면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수온은 약 0.52도 상승했다. 동해 수온은 50년 전에 비해 1.7도, 남해는 1.4도, 서해는 0.3도 올라갔다.
서식하는 주요 어종에도 변화가 생겼다. 1990년 이후 연근해 해역의 어획량은 고등어류, 멸치, 살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이 증가했다. 삼시세끼에 등장하는 어류자원도에 등록된 난류성 어종인 망치고등어 어획량은 2010년 5203t에서 2017년 1만1390t으로 늘었다. 어류자원도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난류성 어종인 참다랑어의 어획량도 같은 기간 3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남해의 전체 어획량은 과거보다 크게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바다에서 어류 등을 그물이나 낚시로 잡는 일반해면 어업의 지난해 생산량은 2006년(48만2142t)보다 약 15% 줄어든 41만527t에 머문다. 2018년과 비교해도 1년 새 7%가 줄었다. 그만큼 낚을 물고기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수온 변화에 민감한 문어 역시 최근 어획량이 급감했다. 2010년 1만813t이 잡히던 문어는 지난해 9808t만 잡혔다.
현재는 바닷가 어디서나 쉽게 채집할 수 있어 출연진이 음식 재료로 자주 애용하는 거북손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서니 리처드슨 호주 퀸즐랜드대 수학과 교수팀은 이번 세기말 바닷속 기후변화 속도가 지금보다 11배 빨라져 해양 생물 약 2만 종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지난달 25일 공개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