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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부부, 양육비 공동계좌 만들라” 판결에…대법원 “지나쳐”

입력 | 2020-06-01 12:05:00

국제결혼한 부부, 문화 차이로 이혼소송
2심 "공동계좌 만들고 지출내역 알려야"
대법 "양육비 사용 방법 특정하면 안돼"




이혼한 가정의 양육비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공동 계좌를 만들고, 양육자가 지출 내역을 상대방에게 알리라고 한 법원의 판결은 양육자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타이완 국적의 A(38)씨가 우리나라 국적 B(38)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양육비 관리를 위해 A씨나 B씨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 중 양육비 부분에 대한 원고의 상고는 이유가 있어 파기하고, 나머지 상고는 기각한다”며 파기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B씨와 혼인신고를 했으며 미성년자 자녀를 뒀다. 이들은 성격과 문화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었으며, 결국 A씨가 지난 2017년 B씨에 대해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에게 3000만원의 위자료를 요구하고 자신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해달라고 했다. 또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매월 양육비를 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심리한 1심은 위자료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A씨의 요구를 들어줬다.

1심은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은 A씨와 B씨 모두에게 대등하게 있다”면서도 “양육자를 A씨로 지정하는 이상 B씨는 양육비 중 일정 부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2심은 양육비가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A씨 또는 B씨의 명의로 된 예금계좌를 만들고 그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라고 판시했다. A씨는 이 카드로 양육비를 지출해야 하며 그 내역을 매해 분기마다 B씨에게 알려주라고도 했다.

2심은 “양육자로 지정된 A씨의 양육비 유용과 채권자에 의한 강제집행 등을 예방하기 위해 양육비를 투명하게 관리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A씨는 예금계좌에 있는 잔고가 양육비임을 명시하고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으로만 이를 지출하고 B씨와의 분쟁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동 계좌를 만들게 되면 A씨의 재량을 제한하는 것이며 오히려 추가적인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양육비의 사용 방법을 특정하는 것은 양육할 A씨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라며 “사용 방법에 관해 A씨와 B씨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분쟁을 예방하는 측면보다 추가적인 분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A씨와 자녀의 공동 명의 계좌를 개설하라는 것인지 원심 판결 이유를 살펴봐도 의미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 “양육자로 지정된 사람은 A씨이므로 B씨에게는 계좌를 개설할 권한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양육비 유용이나 채권자에 의한 강제집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며 “법원은 양육비 중 양육자가 부담해야 할 것을 제외하고 상대방이 분담해야 할 양육비만을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