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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음식 넘기기 힘든 식도경련질환 ‘포엠’시술로 치료

입력 | 2020-06-02 03:00:00


인하대병원 고원진 교수(왼쪽)가 ‘식도경련질환’으로 포엠 시술을 받은 김낙균 씨(오른쪽)와 대화를 하고 있다. 김씨는 포엠 시술을 받은 뒤 10년째 자신을 괴롭힌 가슴 통증, 소화불량에서 해방됐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김낙균 씨(62)는 식사만 하면 음식이 내려가지 않아 명치 부근이 답답했다. 이런 증상은 10년째 이어졌다. 심할 때는 물조차 삼키지 못해 일부러 속을 게워내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길게는 2, 3개월에 한 번씩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약을 먹어봤지만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방문한 병원 관계자로부터 ‘식도운동질환 전문가’인 인하대병원 고원진 교수(소화기 내과)에게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유받았다. 고 교수는 영상 검사와 식도운동 검사 등을 통해 “식도가 너무 과하게 움직여 통증을 유발하는 ‘식도경련질환’”이라고 진단했다.

김 씨는 고 교수로부터 식도경련질환의 최신 치료법인 ‘포엠’을 시술 받고 10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가슴 통증과 역류 증상에서 해방됐다. 음식을 소화시키는 위는 배에 있다. 입에서 음식을 삼키면 배에 있는 위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가슴 중앙부위에 위치한 입에서 위까지 30cm가량 되는 긴 통로가 바로 식도다.

식도 근육은 음식물을 위까지 내려 보내고 음식물이 소화되는 동안 음식물이 역류하지 못하게 막는다. 식도 근육이 퇴화되거나 경련을 일으키면 음식물의 역류, 가슴 통증, 소화불량이 생긴다. 이런 증상이 식도운동질환인데 식도의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음식물이 위로 내려가지 못하고 식도에 고여 역류, 가슴 통증, 체중 감소, 삼킴 곤란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식도운동질환인 식도무이완증은 매년 10만 명 중 1명 정도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매년 최소 500여 명의 식도운동질환 환자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됐다. 식도무이완증은 역류성 식도염과 증세가 비슷해 이 병을 방치할 경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음식물로 인한 식도의 만성염증은 식도암의 위험성을 10배 이상 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약물치료에도 역류나 가슴 통증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

식도운동질환의 치료법은 약물치료를 비롯해 보톡스 주입법, 내시경 풍선확장술 등 외과적인 수술치료를 해왔다. 약물치료는 효과가 떨어지고, 보톡스 주입법은 치료 효과가 일시적이다. 내시경 풍선확장술의 경우 재발이 잦고 완치를 기대하기 힘들다.

식도의 근육을 절개하는 외과적인 수술이 유일하게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인데 수술 합병증, 역류성 식도염, 체외 흉터 등이 단점이다.

김 씨가 고 교수로부터 시술 받은 ‘포엠’이 최근 식도무이완증과 경련성 식도운동질환의 대표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엠은 몸에 흉터를 남기지 않고 내시경만을 이용해 식도의 근육을 선택적으로 절개한다. 외과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빠르면서도 역류성 식도염 등 부작용도 적다. 다른 내과적 치료와는 달리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치료 성적이 탁월해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됐다.

고 교수는 포엠 시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분당차병원 조주영 교수에게 3년간 수련을 받았다. 2019년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에 합류한 고 교수는 2015년부터 식도무이완증의 내시경시술을 시행했다. 시술을 받은 130여 명의 환자들은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고 교수는 소화기내시경학회와 무흉터내시경수술연구회 등 관련 학회에서도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포엠 외에도 난치성 역류성 식도염의 내시경 시술법, 조기 위장관암의 내시경 시술법 등 여러 가지 소화기 질환의 내시경 치료를 연구하고 있다.

고 교수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고통 받던 환자들이 포엠 수술 후 3∼5일 정도 회복기간을 거치면 편안히 식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