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제 사회 전반 변화 환경-경제 다 잡아야 그린 뉴딜 성공 관련 규제 없애고 모순 정책 정리해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
세계는 뒤늦게나마, 부족하나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약을 맺었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린 뉴딜’이 점차 각광을 받았다. 그린 뉴딜은 친환경 정책이 비용 상승을 유발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선입견을 거부한다. 에너지 전환과 자원 순환 등 친환경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혁신을 유도해 오히려 경제에 도움을 주는 정책이다. 나아가 불평등 완화 등 사회적 목표도 함께 추구한다.
그린 뉴딜은 10여 년 전 토머스 프리드먼과 유엔환경계획 등이 제안하고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바 있다. 작년에는 버니 샌더스 당시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등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 관련 결의안과 법안을 제출했다. 유럽연합은 작년 말 야심 찬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 계획을 채택하고, 팬데믹 와중에서도 구체적인 세부 정책을 착착 만들어가고 있다. 사실 경제위기는 그린 뉴딜 실행의 적기다. 재정 확대에 의한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이 요구되고, 낮은 이자율 덕에 그 기회비용은 작기 때문이다.
한국의 방역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초반의 성공으로 인한 자만과 방심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하고 정교한 생활방역 체계를 완비하고,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2차 확산에 대비해 의료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출구도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단순한 돈 풀기, 전통적 경기부양이 아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담아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이 처음 발표된 직후, 건설 관련 주가가 폭등했다. 정부가 디지털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관련 주가가 뛰었다. 상투적인 경기부양 정책의 냄새가 났다. 과연 포스트 코로나 경제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는지 의문과 비판이 이어졌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린 뉴딜을 제안한 것은 다행이다.
이 판국에 환경을 위해 경제를 희생하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오해다. 환경과 경제를 다 잡자는 것이 그린 뉴딜이다. 이제껏 한국은 ‘기후악당 국가’였다. 에너지 다(多)소비 산업을 키우면서 재생에너지 생산은 꼴찌였다. 앞으로 세계는 이런 ‘얌체’ 같은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전환을 하지 않으면 선진국 시장에 수출을 못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의 그린 뉴딜을 향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그린 워시’라고 비판받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녹색 성장이 녹색보다 성장에 방점이 있었듯이 그린 뉴딜은 그린보다 뉴딜(경기부양)에 방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일자리와 경기회복을 강조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몇 가지 관련 사업을 벌이는 것에 그친다면 그린 뉴딜은 녹색성장 ‘시즌2’가 되고 말 것이다.
한국판 그린 뉴딜이 성공하려면 지금부터 그림을 제대로 그려야 한다. 에너지 전환과 자원순환경제,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을 포함하는 비전부터 정립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과감하게 설정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석탄발전소나 공항의 신규 건설처럼 그린 뉴딜과 모순되는 정책을 폐기하고, 녹색 전환을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 일관된 정책 집행을 위한 범정부 추진 체계를 수립해야 하고, 기업 및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함께하는 그린 뉴딜이 되도록 해야 한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