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에 대해 비판적인 기록을 남긴 분들도 전장에서 만났던 개개인의 장병에 대해서는 호의적이거나 경의를 표한 경우가 많다. 장진호 전투에 참전한 어느 병사는 한국군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까지 했지만, 후퇴 길에 만난 한 카투사 병사에게는 참된 전사였다는 식의 기억을 남겼다. 개인은 훌륭한데 집단에서 평가가 박해진다. 사정은 있다. 한국군은 무장과 보급이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내적인 문제라면 국가와 군에 대한 신뢰, 장교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국가는 이념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전쟁을 겪으며, 그런 부분에서 신뢰가 쌓이자 한국군의 전투력은 빠르게 발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는 정신적인 신뢰, 전우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든 군대든 조직에는 갈등과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더 큰 위험 앞에서 그런 갈등을 최소화하고, 그런 노력을 인정받는 것이 신뢰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반대로 가고 있다. 국가가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이 편을 나눠 상대에게 협박을 해댄다. 이제는 국력이 강해져서 이런 정도의 오만은 괜찮은 것일까? 인류의 역사가 가리키는 답은 “아니다”이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