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랩
사정이 이러하니 시끌벅적한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몇 시간을 한참 떠들어 놓고도 ‘그래서 오늘 무슨 얘기를 했더라’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사실 그 정도면 다행이고 가끔은 ‘왜 그렇게까지 부정적으로 말했을까’ 후회할 때도 있다. 겉도는 대화, 교감 없는 만남 끝에 남는 것은 늘 허무함 아니면 ‘이불킥’이지만, 사회생활이란 으레 그런 것이었다. 물론 이는 만나는 인원수에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어서, 더러는 인원이 적더라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역의 경우(인원이 많더라도 양질의 대화를 경험하는 경우)는 좀처럼 성립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다양한 주제가 있지만 주로 생업인 마케팅을 주제로 한 모임에 나간다. 마케터를 꿈꾸는 학생부터 나처럼 마케팅으로 밥벌이를 하는 직장인, 사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여 브랜드와 일,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공들여 대화한다. 세 시간 남짓한 대화를 위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며 꼬박 한 달을 준비한다. 첫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마음이 들떴다. 생판 처음 보는, 애써 찾지 않으면 영영 볼 일이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깊이 있는 공감을 받았다. 모처럼 진짜 대화를 나눈 기분이었다.
‘당신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줄 사람은 여행자’라는 말이 있다. 서로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들의 이러한 모습도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서로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그 어떠한 속박이나 가식 없이, 교감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진짜 만남에 대한 갈증 말이다. 앞으로의 숱한 만남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귀한 여행자이고 싶다.
김지영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