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3차 추경 편성하더라도 채무비율 증가폭 주요국보다 작아” 감사원은 국채 등 상한선 도입 제안 정부, 재정 엄격 관리 필요성엔 공감… 숫자로 못박아 운영하는건 회의적 재정준칙 없는 OECD國 韓-터키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가 1일 오전 국회세어 열린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받향 및 3차 추기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선순환론’ 대 ‘최후의 보루론
1일 감사원의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정부가 장기 재정 전망을 짤 때 인구 추계 전망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나 재정수지 등 재정과 관련한 사안들을 수치로 정해 법제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문 대통령과 여당,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공격적인 재정 투입을 강조하는 것과 상반된다.
당청이 재정건전성 우려에 선을 긋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독일 영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비율이 낮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독일은 국가채무비율이 70%를 넘어가고, 영국은 112%”라며 “우리나라는 재정이 건전한 정도가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선까지는 국가부채가 늘어나도 재정건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당정은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시적으로 악화하더라도 과감하게 돈을 풀어야 기업 도산을 막고 고용을 유지해 오히려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계청장과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선 재정건전성이 최후의 보루인데 우리 경제의 큰 장점이 너무 쉽게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 OECD 중 한국과 터키만 재정준칙 없어
감사원이 재정준칙 도입을 제안한 것도 재정건전성의 원칙을 세워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터키뿐이다. 유럽연합(EU)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3% 이내, 국가채무 비율 60% 이내로 관리하고 있고, 미국은 재량지출에 한도를 두는 식으로 준칙을 운영 중이다. 정부 역시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엄격하게 재정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숫자를 정해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재정을 운용하는 방식에는 회의적이다.
지난해 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본보 인터뷰에서 “적자 기준 등을 제시하고 엄격히 지키라는 건 전통적 의미의 재정준칙”이라며 “엄격성과 유연성을 같이 확보해 경기 대응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재정준칙이 필요할지, 도입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들여다보고는 있다”며 “올해 발표 예정인 2065년까지의 장기 재정 전망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실정에 맞는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