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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만” 몸부림치다 숨진 딸…주술의식 강행한 아버지·무속인

입력 | 2020-06-02 08:07:00

© News1


몸에 있는 귀신을 쫓아낸다며 주술의식을 하다가 20대 여성을 죽게 만든 무속인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주술의식을 의뢰하고 무속인들 도운 숨진 피해자의 친 아버지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동혁)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무속인 A씨(44)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65·피해자 아버지)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15일부터 18일까지 전북 익산시 모현동 B씨의 아파트와 충남 서천군 금강유원지 등에서 주술의식을 벌이다가 C씨(27·여)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비극은 B씨가 지난해 5월, 우연히 무속인 A씨를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A씨가 퇴마의식을 하는 ‘이도사’라는 것을 알게 된 B씨는 친딸인 C씨를 위한 주술의식을 부탁했다. 당시 C씨는 오랜 기간 동안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주술의식을 부탁받은 A씨는 “몸에 뱀 귀신이 붙어있다”면서 C씨의 손발을 묶고 옷 등을 태운 연기를 마시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얼굴과 가슴, 팔 부위에 2도 이상의 화상을 입기도 했다. 고통을 호소하며 “그만하라”는 C씨의 외침은 철저히 무시됐다.

A씨는 C씨의 옷을 벗긴 뒤 온몸에 ‘경면주사‘도 발랐다. 심지어 화상으로 인해 생긴 수포에도 경면주사를 바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면주사는 부적에 글씨를 쓸 때 사용되는 물질을 말한다.

A씨는 또 귀신에게 밥과 물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C씨에게 음식물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되는 극심한 고통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C씨는 의식을 잃었고, 결국 같은달 18일 오전 10시께 탈수와 흡입화상 등으로 사망했다.

딸이 사망하자 B씨는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면서 119에 신고했다.

C씨의 얼굴 등에 붉은 물질이 묻어 있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수사에 착수, 퇴마의식로 인해 C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법정에 선 A씨는 “반성한다. 하지만 B씨 등의 부탁으로 퇴마의식을 한 것이다.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치료행위라고 볼 수 없는 속칭 퇴마의식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의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유족들이 엄벌을 요구하는 점, 범행을 주도했음에도 피해자 부모에게 일부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숨진 딸의 아버지인 B씨에 대해서는 “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다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악의나 적대감을 피해자에게 해를 가하려는 의사보다는 상식을 벗어난 잘못된 믿음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 역시 이 사건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점 등을 감안했다”고 판시했다.


(군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