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차를 닮은 사업가 김태영 대표를 만난 건 10여 년 전이었다. 그는 당시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수불’이라는 식당을 하는 3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이었다. 처음엔 목 좋은 곳에 그럴듯한 식당을 쉽게 차린, 형편 좋은 젊은이로 여겼다. 부침이 많은 서울 요지의 상권에서 얼마나 버틸까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것은 참 다행스런 기우였다. 수불은 탄탄히 자리 잡았고, 여러 곳에 점포를 확장했다. 매일 매장을 부지런히 누비며 전통주, 와인, 맥주 등 어느 술에나 잘 어울리는 수불의 한식을 열심히 알리던 젊은 사장의 열정은 뭉근히 끓인 대추차의 향처럼 고객들의 마음에도 스며들었다. 이후 그는 더욱 다양한 매장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손님들에게 외면당한 특징 없는 식당도 그의 손길이 가면 곧잘 살아나곤 했다.
수제로 만든 술과 어울리는 달빛보쌈.
달빛보쌈에는 그날의 반찬 다섯 가지가 옹기종기 나오고 봄나물 쭈꾸미보쌈 같은 계절 메뉴가 있다. 달빛술상 메뉴는 코스 내용과 가격 모두 샐러리맨 맘에 쏙 들게 구성돼 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외식은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가 모두 소외받지 않는 즐거운 문화공간이다. 요즘은 생산의 기반인 농사까지 준비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그의 사업은 처음엔 느린 듯하지만 대추차 마냥 주변을 그 향기에 빠지게 하는 은근한 힘이 넘친다. 다음에 펼치는 그의 공간이 궁금해진다.
이윤화 음식평론가·‘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yunaly@naver.com
○ 달빛보쌈: 서울 강남구 선릉로111길 8, 달빛보쌈정식 8800원, 달빛막걸리 9000원, 달빛술상(1인)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