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분담 규모를 놓고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분담금 협상 체결을 촉구하는 미국내 목소리가 나왔다. 지엽적인 분담금 분담 규모에 억매이지 말고 북한의 위협 등 근본적인 위협에 대응하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연방의회 하원 동아태소위원회 위원장인 아미 베라(민주당) 의원과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공동 기고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양국을 북한의 위협 등에 집중할 수 없게 하고 있다’는 칼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은 미국내 대표적인 지한파다.
이들은 “지난 두달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설명할 수 없는 주기적인 결석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비만인데다 흡연자, 애주가인 김 위원장에게 추정되는 건강 관련 질환은 하루 아침에 핵을 보유한 독재국가를 지도자 부재 상태로 몰고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은 한미양국이 이와 같은 위협에 레이저 광선을 쏜 것처럼 초점을 맞추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면서 “한미 양국은 북한 정권이 야기하는 단기적, 장기적 위협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누가 방위비를 더 분담하느냐는 사소한 논쟁에 몰두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사상 최대 규모인 13% 인상안을 거부한 것을 언급하면서 “금전 관련 전술 협상에 집착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본성일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 논쟁은 더 큰 전략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CSIS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에게 이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모든 전쟁에서 미국과 함께 싸워온 군사동맹국일 뿐 아니라 기후 변화, (핵과 화학무기) 비확산, 개발원조, 유행병 대응 등 다양한 국제 문제의 핵심 파트너”라면서 “한국은 미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진 키트가 부족하자 다른 국가보다 먼저 이를 보낸 바 있다”고 했다.
이들은 “양국은 전술에서 벗어나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을 포함한) 두 동맹국은 중국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악용할 수 있는 (김 위원장의) 건강 또는 지도력의 위기에 대응한 비상전략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달 CSIS가 입수한 상업용 위성 사진을 토대로 북한의 핵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면서 “양국은 억지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이들은 “양국은 내년 북한의 더 많은 도발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 대선과 중간선거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을 감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가오는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새로운 정상외교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에 북한의 추가적인 무기 실험 동결을 요청하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정의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방위비 분담 협정을 체결하고 미국의 동맹국과 함께 향후 일어난 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