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킥보드도 자동차" 명확히 해 "킥보드도 차처럼 의무 보험 대상" 다만 보험 상품 없어 처벌은 안해
전동킥보드도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본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1심 법원은 술에 취한 채 전동킥보드를 몰다 사고를 낸 이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박원규 판사는 최근 술에 취한 채 전동킥보드를 몰다 지나가는 행인을 다치게 한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9일 오후 7시5분께 서울 금천구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전동킥보드를 몰고 가다가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80%의 만취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몰았고, 보행자와 치면서 넘어뜨려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재판을 받던 지난 3월8일 오후 8시19분께 서울 금천구 도로 위 약 500m 구간에서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승용차를 몰다 적발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판사는 “피고인이 지난해 10월9일 저지른 음주운전 범행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자숙하지 아니하고 무면허, 음주운전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피고인이 낸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와도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박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전동킥보드가 자동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누구든지 의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자동차 등을 도로에서 운행해서는 안 된다’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가 A씨에게 적용됐는데, 이에 대해 박 판사가 전동킥보드도 자동차라며 의무보험 가입 대상으로 인정한 것이다.
박 판사는 “전동킥보드는 손잡이, 안장, 발판 및 2개의 바퀴가 장착돼 있다”면서 “전원을 공급받는 모터에 의해 구동돼 육상에서 1인이 운행하는 이륜자동차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박 판사는 A씨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이전까지 전동킥보드가 자동차라는 판결이 없는 등 전동킥보드가 자동차 의무보험 가입 대상이라는 것을 A씨가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취지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8조의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전동킥보드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보험상품이 개발되기 전에는 전동킥보드 운행자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향후 전동킥보드 관련 업종이나 소유자, 보험업계 등에서 관련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