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을 뺀 여야 공동 명의로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때처럼 민주당이 제1야당을 배제한 채 범여권 정당과 손잡고 국회 운영 강행에 나선 모양새다. 통합당은 “히틀러 나치 정권도 법치를 외치면서 독재를 해왔다”며 여론전으로 맞서면서, 개원식도 열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여야의 충돌 조짐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21대 국회 첫 의원총회를 열고 5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과 민주당 몫 부의장을 선출하는 안건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의총 후 민주당 177명, 정의당 6명, 열린민주당 3명 및 시대전환 조정훈,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5개 정당 188명 의원의 서명을 받은 소집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법상 본회의는 국회의원 임기 개시 후 7일째에 열도록 규정돼 있어 오는 5일이 법정시한이다. 국회의장단도 첫 임시회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 민주당은 5일까지 통합당과 끝내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통합당 몫의 국회부의장은 빼고 민주당 몫인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상희 국회 부의장을 먼저 선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서 열린 원내지도부 회의에서 “법이 정한 날짜에 국회를 여는 것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도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하는 국회이지 상임위원장 자리 두고 지지부진한 협상을 하는 국회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아주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만약 민주당이 5일 단독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 선출을 강행한다면 3차 추가경정예산 처리와 상임위 구성 등 국회 전반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추경을 한 해 3번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무려 35조 원이나 되는 추경을 야당과 상의 없이 제출하고 6월 안에 해야 된다고 한다”며 “1, 2차 추경 집행 보고와 3차 추경 효과와 재원대책을 충분히 논의해야한다”고 했다. 다만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로 예방 온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만나 “177석 거대의석을 보유하고 무슨 걱정이 그리 많냐”며 3차 추경에 대해선 “내용을 잘 봐서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겠다”고 했다.
여야는 지난달 28일 청와대 오찬을 시작으로 원 구성을 위해 연일 머리를 맞대고는 있지만 양보 없는 줄다리기 속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말 내내 이어온 협상에서도 통합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나오면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며 “8일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법정시한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독 원 구성 카드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 구성 기한까지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이 없을 때에는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 조항에 근거해 의장을 먼저 선출하고, 통합당이 끝까지 상임위 구성을 거부할 경우 의장의 협조 아래 상임위를 단독 구성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