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야당 민주당과 사회 각계 인사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집권하면 트럼프식 인종차별을 끝내겠다’고 외쳤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위대를 옹호했다.
36년간 수도 워싱턴 인근의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을 지닌 바이든 전 부통령은 1일 델라웨어의 한 교회에서 흑인 정치인·종교인 등을 만나 “당선되면 취임 후 100일 안에 경찰감독위원회를 설립하겠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증오의 바위 아래에서 숨을 마시면 밖으로 나온다. 대통령의 말이 사람들로 하여금 독설을 꺼내도록 부추긴다”고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칼 등 흉기를 든 사람을 마주했을 때 심장이 아닌 다리를 쏠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온라인매체 ‘미디움’ 기고문에서 “시위대의 압도적인 대다수는 평화적이며 책임감이 있다. 그들은 비난이 아니라 존경과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시위는 수십 년간 경찰의 관행과 사법체계를 개혁하지 못한 데 대한 좌절이다. 민주주의에서 해결할 방법은 선거에서 제대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밥 체팩 디즈니 CEO 등 주요 재계 인사도 인종차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흑인 배우 제이미 폭스는 시위 진앙지 미니애폴리스를 찾아 시위대에 합류했다. 백인 배우 존 큐잭 역시 시카고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장면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포된 시위대의 석방을 촉구하며 보석금을 낸 바이든 캠프 직원들을 ‘급진 좌파’라고 비난하는 등 이번 사건을 이념 전쟁으로 삼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평화 시위대에게도 ‘좌파’ ‘약탈’ 등으로 비난하는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상당수 집권 공화당 의원들조차 발언 순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더힐이 전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