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30년]<5> 보편적 주거복지사업 다양
이곳에 황병주 씨(66)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이 있다. 1층에는 황 씨가 운영하는 정육점이 있고, 2층엔 황 씨 가족이 살고, 3층은 세를 준 상태다. 지어진 지 26년 된 이 주택은 지난해 화려한 변신을 했다. 집의 모든 창호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단열공사도 새로 했다. 건물 외벽을 덮고 있던 누렇게 색이 바랜 타일도 모두 뜯어내고 흰색 미장스톤으로 바꿨다. 외부배관과 가스관 등의 페인트도 새로 칠했다. 한 달 남짓 진행된 공사에 투입된 비용은 모두 6000여만 원. 이 가운데 일부를 서울시의 ‘가꿈주택사업’에서 지원받았다. 황 씨는 “20년 넘게 살던 곳인데 완전히 새 집이 된 느낌”이라며 활짝 웃었다.
○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위한 낡은 집 고쳐주기
주민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지원한 곳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89.7점이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부터 지원 대상 가구 수를 600가구로 늘리고 지원 예산 규모도 당초 53억 원에서 58억 원으로 확대했다. 사업 절차도 간소화했다. 예비 대상자 선정 과정을 없애고 건축물 시공 적절성 여부만 확인되면 지원해주기로 했다. 또 주택 개량에 필요한 공사금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 주거급여도 지속 확대…공급 확대와 균형 필요
국토교통부가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주거급여(주택 바우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수단이다. 특히 미국에선 공공임대 주택의 공급은 줄이고 주거급여를 늘려가고 있다. 수요자가 직접 주택을 선택할 수 있게 해 개인의 거주지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대규모 임대아파트로 인해 야기되는 지역주민 갈등이나 슬럼화 우려 등을 피할 수도 있다.국토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주거급여 지급 대상을 지난해 104만 가구에서 올해는 113만 가구로 확대하고 소득기준 완화와 기준임대료 현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김석기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과장은 “올해 주거급여 지급액을 결정하는 기준인 기준임대료를 시장 평균 임대료의 8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며 “2022년까지 100% 수준으로 맞춰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임대료나 지역 특성, 가구 구조 등을 반영한 주거급여를 현실화하라는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재 정부가 책정한 주거급여는 일선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크게 밑돈다”며 “정부의 복지예산을 생색내기용으로 활용하지 말고 정말 필요한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급여의 균형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공공 주도의 임대주택 공급과 주거급여나 노후주택 정비사업이 갖는 장단점이 뚜렷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