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인하 폭 줄이고 상한선 없애… 3957만원 車 4025만원으로 오르고 1억5000만원 수입차 180만원 싸져… 자동차업계 “내수진작 취지 역행”
정부가 7월부터 승용차 구매에 적용되는 개소세의 인하 폭을 70%에서 30%로 줄이기로 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개소세 인하의 폭을 줄이는 대신 상한선을 없애면서 세금이 붙기 전 공장출고가 또는 수입가 기준 6700만 원 미만 차량은 혜택이 줄어드는 반면 고가 국산차와 일부 수입차 등은 혜택이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부터 승용차 구매 시 3.5%의 개소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차량 공장 출고가(수입가)에 붙는 개소세를 줄곧 5%로 유지하다 2018년 7월 19일부터 3.5%로, 올해 3월부터는 1.5%로 낮췄다. 그 대신 최대 인하 폭은 5%로 계산했을 때 개소세와 100만 원 차이 이내였다.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차량 가격을 낮추려는 조치였다.
자동차에는 모두 세 가지 세금이 붙는다. 개소세 외에도 개소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와 공장 출고가(수입가), 개소세, 교육세를 모두 합한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부가세)가 붙는다.
만일 공장출고가 3500만 원짜리 자동차를 산다면 이달까지는 약 3957만 원에 살 수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약 4025만 원에 사야 한다. 반면 공장출고가 6700만 원짜리 자동차는 7706만 원이던 소비자가가 7705만 원으로 낮아진다. 이보다 비싼 자동차는 혜택 폭이 더 커진다. 만일 수입 가격이 1억 원인 차의 경우 하반기에는 3∼6월보다 70만 원 이상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가가 1억5000만 원의 경우 180만 원가량, 2억 원인 경우 280만 원 이상이 더 싸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올해 들어서만 1만 대 이상 팔린 1억 원 이상의 고가 차량은 90% 이상이 수입차”라며 “중·저가의 국산차는 가격이 올라가고 고가의 수입차가 오히려 개소세 인하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수 진작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GM 등이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차의 판매가 늘어야 부품업체를 비롯한 연관 산업이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의 판매 증가는 경제 파급효과가 미미하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제네시스 모델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산차가 하반기에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법을 고치지 않는 범위에서 시행령만으로 개소세 인하 혜택을 주려다 보니 부득이하게 상한선 규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거대한 고용을 수반하는 자동차 산업을 활용해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한 차의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도형 dodo@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