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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1세대 프로레슬러 천규덕씨

입력 | 2020-06-03 03:00:00

프로레슬링 황금시대 이끈 ‘당수왕’
김일-장영철과 트로이카로 활약
탤런트 천호진씨가 아들




1960, 70년대 프로레슬러 1세대로 뜨거운 인기를 누린 ‘당수왕’ 고 천규덕 씨. 동아일보DB

검은 타이츠를 입은 그가 오른손을 번쩍 든다. 키 180cm, 당시 몸무게 100kg이 넘었던 그가 ‘얏!’, ‘얏!’ 기합 소리를 내며 손날을 내리치면 상대는 무너졌고, 체육관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1960, 70년대 프로레슬러 1세대로 활동했던 ‘당수왕’ 천규덕 씨(사진)가 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박치기왕’ 김일(1929∼2006), ‘비호’ 장영철(1928∼2006)과 함께 ‘트로이카 체제’를 이뤄 한국 프로레슬링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부산 출신으로 태권도 유단자였던 고인이 레슬링을 만난 건 29세 때인 1961년. 전파상에서 TV를 본 게 계기였다. 화면에는 ‘일본 프로레슬링의 전설’ 역도산(1924∼1963)이 가라테 촙(당수)으로 거구의 미국 레슬러들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에 강한 인상을 받은 고인은 친구이자 레슬링 사범이었던 장영철 씨에게 레슬링을 배우기 시작했다. 장 씨와 함께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겨 1963년 정식으로 데뷔했다. 이후 태권도를 통해 익힌 당수를 접목한 기술을 앞세워 각종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다 1984년 은퇴했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맨손으로 황소를 때려잡는 이벤트를 벌여 큰 화제가 됐다. 보통 짧은 반바지를 입었던 다른 선수들과 달리 검은 타이츠를 입은 것은 롤 모델이었던 역도산을 따라 한 것이다.

유족으로는 큰아들인 탤런트 천호진 씨와 둘째 천수진 씨가 있다. 빈소는 인천 나은병원, 발인은 4일 오전 5시 반. 6·25전쟁 참전 유공자인 고인의 장지는 서울 국립현충원이다. 032-584-4448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