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링 황금시대 이끈 ‘당수왕’ 김일-장영철과 트로이카로 활약 탤런트 천호진씨가 아들
1960, 70년대 프로레슬러 1세대로 뜨거운 인기를 누린 ‘당수왕’ 고 천규덕 씨. 동아일보DB
1960, 70년대 프로레슬러 1세대로 활동했던 ‘당수왕’ 천규덕 씨(사진)가 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박치기왕’ 김일(1929∼2006), ‘비호’ 장영철(1928∼2006)과 함께 ‘트로이카 체제’를 이뤄 한국 프로레슬링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부산 출신으로 태권도 유단자였던 고인이 레슬링을 만난 건 29세 때인 1961년. 전파상에서 TV를 본 게 계기였다. 화면에는 ‘일본 프로레슬링의 전설’ 역도산(1924∼1963)이 가라테 촙(당수)으로 거구의 미국 레슬러들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에 강한 인상을 받은 고인은 친구이자 레슬링 사범이었던 장영철 씨에게 레슬링을 배우기 시작했다. 장 씨와 함께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겨 1963년 정식으로 데뷔했다. 이후 태권도를 통해 익힌 당수를 접목한 기술을 앞세워 각종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다 1984년 은퇴했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맨손으로 황소를 때려잡는 이벤트를 벌여 큰 화제가 됐다. 보통 짧은 반바지를 입었던 다른 선수들과 달리 검은 타이츠를 입은 것은 롤 모델이었던 역도산을 따라 한 것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