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에선 이미 사용, 임상적 효과도 입증 국내 치료제 임상 12건…美에선 761건 진행 국내 항체물질 성과…족제비 폐렴증세 완화 혈장치료제 가장 빠를듯…완치자 혈장 확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렘데시비르’를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렘데시비르 특례수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관계부처, 수입자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와 국내 수입을 조속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렘데시비르의 국내 도입을 제안함에 따라 식약처에 특례수입을 요청한 바 있다.
식약처는 ▲렘데시비르 사용에 따른 치료기간 단축 ▲선택 가능한 치료제의 추가적인 확보 필요성 ▲미국과 일본, 영국 등에서 렘데시비르 사용 등의 이유로 특례수입을 결정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수입자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와 함께 해당 의약품이 빠른 시일 내에 수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렘데시비르, 중증 이상 환자 회복시간 31% 단축…치사율 7.1%로 감소
이 연구는 코로나19 폐렴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와 위약을 10일간 투여했다. 연구진은 환자의 상태를 경증에서 사망까지 8단계로 구분하고, 이번 연구에서는 중증·위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치료군은 회복시간이 11일, 위약을 투여한 치료군은 15일로, 렘데시비르를 투여하면 회복시간이 31% 빨랐다.
확진환자 중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사율은 렘데시비르 치료 14일 후 11.9%에서 7.1%로 감소했다.
오 교수는 “렘데시비르 치료 후 경증에 도달하면 회복으로 정의했다. 따라서 회복된 환자는 퇴원이 가능하거나 입원해 있더라도 산소치료가 필요없는 상태”라며 “이런 회복이 4일간 단축됐다는 것은 인공호흡기나 중환자실, 산소와 같은 의료 자원이 그 만큼 더 많아지는 효과가 있으므로, 의료 시설과 기구가 절실히 필요한 판데믹 상황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국가 연구기관이기에 치료 효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는지에 상관없이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는 이중맹검, 위약 대조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이는 왜 공공기관이 임상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지를 웅변하는 사례라고 하겠다. 우리 나라도 이러한 임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 치료제 임상 12건 진행…美에선 761건 진행
지난달 25일 기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계획은 총 12건이다. 12건 모두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이며, 이 중 연구자 임상시험은 7건이다.
이 중 렘데시비르를 활용하는 서울대병원의 임상시험은 지난 3월5일 승인돼 이날까지 100명의 대상자가 모집된 상황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에서도 렘데시비르 3상 연구를 지난 3월2일 승인받아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서울아산병원에서 클로로퀸과 칼레트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클로로퀸, 고대구로병원에서 시클레소니드, 경상대학교병원에서 후탄, 동아대학교병원에서 페로딜 정 등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기준 미국국립보건원에 신규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총 761건이다. 761건 중 치료제 임상시험은 734건, 백신 임상시험은 27건이다.
이는 지난 3월11일 기준 56건에서 13.6배나 증가한 수치다. 연구자 임상시험은 32건에서 508건으로 15.9배 증가했다.
치료제 임상시험 734건 중 연구자 임상시험은 493건, 제약사 임상시험은 227건, 미 국립보건원과 연방준비제도(Fed)가 후원하는 기타 임상시험은 14건이다.
◇국내 항체물질서도 성과…“족제비 폐렴 증세 완화돼”
국내에선 족제비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항체치료 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이르면 다음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될 경우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산하 국립보건연구원과 셀트리온은 공동연구를 통해 발굴한 항체 후보물질을 족제비 15마리에 투여한 결과 치료 효능을 확인했다.
이주연 신종 감염병·매개체 연구과장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세포 수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킬 중화 능력이 있는 치료 항체 후보 물질을 확인한 바 있다”며 “이번 족제비 실험은 그간 확보된 중화항체를 족제비에 투여해 감염시키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얼마나 치료 효능이 있는가를 확인한 시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를 봤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된 족제비에 치료 항체 물질을 투여했을 때, 투여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많이 호전이 됐다”며 “폐조직을 봤을 때 염증 부분이 많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향후 실험용 쥐나 원숭이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장은 “향후에 족제비 시험 외에도 실험용 마우스(쥐)나 원숭이 실험을 통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임상시험 전 반드시 수행해야 할 비임상 자료를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혈장치료제 개발 가장 빠를 듯…“완치자 혈장 확보 중요”
정부는 국내에서 혈장치료제가 가장 빨리 개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중 하나인 혈장치료제는 아마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치료제 결과물을 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아닐까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혈장 속 성분을 활용해 만든 치료제다. 항체치료제, 기존 약물 재창출, 신약 등의 치료제와 달리 완치자 혈장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개발 방법보다 용이하다.
다만, 혈장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선 완치자 혈액을 다량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량 이상의 치료제 생산엔 한계가 있다. 특히 완치 판정 이후 2주 이상이 지난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당국도 완치자 혈액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1총괄조정관은 “혈장치료제의 근본적인 한계는 완치자 혈액에서 추출한 혈장 속 성분을 활용하는 방식이라 많은 양의 혈액을 확보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면서 “완치 판정 후 2주 이상 경과되신 분들에 한해 (혈액 제공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완치자가 3일 0시 기준 1만467명에 달하는 만큼 정부는 완치자들의 헌혈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김 1총괄조정관은 “지금 1만여명이 넘는 완치자들이 있기 때문에 앞서 혈액 제공 요건을 충족하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다면 빠른 시간 안에 치료제 생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 환자들에게 상당히 큰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