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김남국 의원. © 뉴스1
여야는 3일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표결에서 기권을 한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한 것을 두고 이틀째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당 지도부인 김해영 최고위원이 징계건을 두고 “헌법 및 국회법 규정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당 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투표권은 스스로 양심에 따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내 ‘소신파’로 알려졌다.
이어 “이번 문제는 금 전 의원 개인 문제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 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양심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당 윤리심판원은 금 전 의원의 재심을 심판하는 데 있어서 헌법적 차원의 깊은 숙의를 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제안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중 하나인 공수처법 표결이 있던 본회의에서 기권표를 던졌고, 이에대해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경고’ 처분의 징계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금 전 의원의 징계와 관련해 전날 ‘강제 당론’을 어겼다며 징계 명분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금 전 의원은 전날 징계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결정을 비판했다. 재심신청서에는 ‘징계의 사유’ 규정 적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과 그간 당론과 다른 표결을 한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사례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징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조치라고 주장한 내용이 담겼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안산 단원을)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와 SNS를 통해 금 전 의원을 향해 적극적으로 날을 세우고 있다.
그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강제당론이 지켜지지 않은 점에 대한 징계는 적정했다”고 했다.
김 의원의 행보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앞서 총선을 앞두고 금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철회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조국 백서의 필진이었고 금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청문회 당시 ‘소신 발언’을 해 주목을 받은 만큼 김 의원의 출마가 ‘자객 공천’으로 해석됐고, 이에 김 의원은 안산 단원을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
이어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경험, 의견, 소신, 이런 것들이 다 다른데 정제되지 않은 개인의 소신발언들이 국회 안에서 계속 쏟아진다고 하면 일하는 국회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징계수위 중 경고라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라고 했다.
또한 “공수처 반대와 관련 동료 의원들이 공감하지 못했고 많은 국민이 이해를 못했는데 나만 옳다고 하면서 끝까지 했던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소신과 당론이 충돌하는)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 개인의 소신과 정당이 맞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분이 있다면 무소속으로 활동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도 “개인의 소신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정치라고 하는 것은 정당정치를 통해서 해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금 전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 것에 대해서는 “소신발언을 해서 공천을 못 받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지역구를 관리하지 않아서 국민들의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인터뷰에서 ‘금 전 의원처럼 소신 있는 초선이 되겠다’고 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부분을 높이 평가드리고 싶다”고 했다.
야권은 표결로 징계를 한 것은 ‘좋지 않은 선례’라며 민주당에 날을 세웠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내부적인 비판은 있을 수 있으나, 이런 모습이 노출되는 것 자체가 오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그 법(공수처법) 자체는 자신들의 뜻 자체로 관철이 됐지 않나”고 했다.
그는 “저 정도도 포용 못 하면 어떻게 야당과 협치를 하겠냐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게 한다. 저러라고 180석 만들어 줬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초선이 많아졌으니) 미리 단속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 같다. 국회법 114조에 보면 국회의원은 소속된 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서 자유롭게 투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당론에 위배된다고 징계했던 전례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고라는 것이 사실 별 실효적인 의미가 없는 구두상의 경고지만 어쨌든 불명예이지 않나”고 우려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징계 결정을 내린 민주당을 비난했다.
원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는 양심에 대한 징계”라며 “금 전 의원 같은 분이 민주당에 있기 때문에 오늘의 민주당이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계속 민주당으로 불리기를 바란다면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당장 철회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뉴스1)